천정부지 가을배추값 김장 비상… 사과·배는 작년 2배 육박

입력 2023-11-06 04:07
한 시민이 5일 서울 시내 한 전통시장 채소가게 매대에서 상품을 고르고 있다. 연합뉴스

본격적인 김장철이 시작됐는데 채소가격이 여전히 고공행진 중이다. 김장 준비도 부담인데 제철 과일도 ‘제철’이라는 장점을 느끼지 못할 만큼 비싸졌다. 사과 배 단감 등의 가격은 지난해보다 배 가까이 뛸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5일 통계청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체감물가로 불리는 생활물가지수가 지난달 4.6% 오르며 지난 2월(5.5%) 이후 8개월 만에 가장 크게 상승했다. 채소, 과일 등 신선식품지수는 12.1%로 지난해 9월(12.8%) 이후 13개월 만에 최대 오름폭을 기록했다.

김장용으로 쓰이는 가을배추 가격은 지난해보다 오를 전망이다. 가을배추 생산량이 평년보다 2.4% 감소할 것으로 예측되면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이달 배추 도매가격이 상품 기준 10㎏에 8000원으로 지난해 11월 5561원보다 43.9% 높을 것으로 내다봤다. 고랭지 배추 가격은 유난히 급등했던 지난해보다 25% 안팎 떨어졌으나 가을배추는 폭염과 폭우 등으로 생산량이 감소해 가격 상승을 피하지 못했다. 출하량이 늘어나면 상승 폭은 좁아질 전망이다.

김장 부재료 가운데 생강가격 상승세가 특히 눈에 띈다. 지난 1~10월 생강가격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7.0% 상승해 가장 많이 올랐다. 굵은소금도 지난여름 집중호우 등 영향으로 생산량이 평년보다 7.7% 줄었다. 일본 원자력발전소 오염수 방류 이슈까지 더해져서 올해는 소금가격이 내내 비쌌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지난 3일 기준 굵은소금(5㎏) 소매가격은 1만3564원으로 평년(8435원)보다 60.8% 뛰었다.


aT에 따르면 또 다른 부재료인 고춧가루(1㎏) 소매가격은 지난 3일 기준 3만2281원으로 1년 전(3만1137원)보다 3.7% 올랐다. 당근(33.8%)과 양파(21.5%)도 다소 큰 폭으로 상승했다.

급등한 제철 과일 가격도 가계에 부담을 주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사과(후지·상품) 도매가격은 이달 10㎏에 최대 5만4000원으로 1년 전 2만7800원보다 94.2% 오를 전망이다. 연구원은 “생육기 기상 악화로 병충해 발생이 늘면서 올해 사과 생산량은 전년 대비 24% 감소할 것”이라며 “사과의 크기와 품질도 전년보다 좋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배(신고·상품) 가격도 15㎏에 최대 5만7000원으로 1년 전보다 81.0%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농산물 가격 상승은 이상기온으로 생육 시기가 늦어진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올해 유독 길었던 장마와 태풍으로 낙과가 많이 발생한 데다 고온다습한 환경에서 병충해 피해도 커졌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