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8억 뜯은 보이스피싱 총책 ‘역대 최장’ 35년형

입력 2023-11-06 04:04
경찰청이 지난해 10월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필리핀 거점 보이스피싱 조직 '민준파' 총책 등을 강제 송환하고 있다. 경찰청 제공

필리핀을 거점으로 활동하며 보이스피싱으로 약 108억원을 뜯어낸 ‘민준파’ 총책에게 징역 35년이 선고됐다. 국내 보이스피싱 범죄 사상 최장기형 선고다.

서울동부지법 형사11부(재판장 김병철)는 지난 3일 보이스피싱 조직 민준파 총책 최모(37)씨에게 징역 35년을 선고하고 20억원의 추징을 명령했다고 5일 밝혔다. 부총책 이모(31)씨 역시 징역 27년과 추징금 3억원을 선고받았다. 기존 보이스피싱 총책에 대한 최장기형은 징역 20년이었다.

서울동부지검 보이스피싱 범죄 정부합동수사단(단장 김수민)에 따르면 이들은 2017년 12월부터 2021년 12월까지 국내 피해자 560명에게 ‘저금리 대환대출을 해주겠다’고 속여 108억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는다. 또 범죄수익금을 대포통장으로 입금받은 뒤 중국 환전상을 거쳐 필리핀 화폐로 환전해 범죄수익금을 은닉한 혐의도 있다.

최씨는 2017년 자신의 가명을 딴 보이스피싱 조직 일명 ‘민준파’를 조직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평범한 회사원이었던 최씨는 20대 후반 “큰돈을 벌 수 있다”는 말을 듣고 필리핀 마닐라로 건너갔다. ‘고수익 일자리’는 알고보니 보이스피싱 조직이었고, 최씨는 보이스피싱 수법을 기초부터 배웠다(국민일보 4월 15일자 1면 참조). 이 조직의 총책이 검거되자 최씨는 직접 보이스피싱 조직을 결성했다.

최씨는 필리핀 메트로마닐라 등지에 사무실을 마련한 뒤 조직원 60여명을 끌어모았다. 몸집을 불리는 방식은 다단계 판매 단체와 유사했다. ‘총책-부총책-팀장-팀원’으로 위계질서를 갖추고, 새 조직원을 데려올수록 수익 배분을 늘려줬다. 피해자와 직접 접촉하는 콜센터팀은 ‘영팀’ ‘올드팀’ 등 10여개로 나눠 팀 간 경쟁을 부추기기도 했다.

합수단은 총책·부총책 외에도 민준파 조직원 40명을 검거했다. 이 가운데 23명은 유죄판결이 확정됐다. 나머지 조직원은 재판이 진행되고 있거나 수사 중이다. 합수단은 해외에 있는 조직원에 대해서도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추적하고 있다.

정신영 기자 spiri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