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에 쇄신의 바람이 불 수 있을지 주목된다. 그 공은 국민의힘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먼저 쏘아올렸다. 그는 지난주 당에 ‘지도부·중진·친윤석열계 의원의 총선 불출마 또는 수도권 험지 출마’를 권고했다. 주말 내내 이를 놓고 당내는 물론 야당까지 술렁거렸다고 한다. 그만큼 파격적이고 지금 정치권에서 꼭 필요한 걸 지적했기 때문일 것이다. 혁신위는 이에 더해 의원 정원 10% 감축, 불체포특권 포기, 세비 삭감 등도 제안했다. 이번 혁신안은 총선 때 ‘친박 학살’이니 ‘진박 감별’이니 하며 비주류 찍어내기 흑역사가 끊이지 않던 현 여당에서 주류 세력부터 희생하라는 요구를 한 것이어서 더 눈길이 간다. 현 정부에서 무소불위의 힘을 과시해온 친윤계를 직접 겨냥한 것도 마찬가지다.
문제는 혁신위원장 ‘권고’ 형식인 혁신안이 관철될 수 있을지 여부다. 당내에선 시큰둥한 반응이 많다고 한다. 자칫 흐지부지될 수도 있는 것이다. 이런 분위기를 감안하면 김기현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와 친윤계가 선제적으로 희생의 결단을 내려야 한다. 여당이 지난달 보궐선거에서 참패하고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여전히 낮은 데는 당 지도부와 친윤계가 그간 잘못된 국정 운영에 대해 침묵하는 등 제 역할을 하지 못한 탓이 크다. 대통령과 국민 간 소통의 가교가 되기보다 가림막이 되기도 일쑤였다. 거기에 대한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한다. 인 위원장 말대로 이들이 정말 ‘대통령을 사랑한다면’ 불출마나 험지 출마하는 게 최소한의 도리다. 아직은 윤 대통령의 후보 시절 수행실장이던 이용 의원 정도만 혁신안을 수용할 뜻을 밝혔는데, 더 적극적인 호응이 뒤따라야 한다. 아울러 지도부나 중진, 친윤계가 빠진 자리를 또 다른 친윤이나 대통령실 인사, 검사 출신들로만 채워서도 안 된다. 그건 쇄신이 아니라 ‘꼼수 혁신’ ‘친윤 2.0’에 불과할 뿐이다.
여당의 혁신 노력에 비하면 더불어민주당은 요즘 ‘죽은 정당’이 아닌가 싶을 정도다. 김포시 서울 편입 문제를 비롯한 정책 이슈는 물론 국회 쇄신안까지 여당에 계속 끌려다니기만 한다. 민주당이라고 왜 쇄신할 게 없겠는가. 몇 가지만 예를 들어도 친이재명계 당 운영 독주, ‘개혁의 딸’로 대변되는 강성 지지층의 과도한 개입, 호남당 이미지, 돈봉투 사건 등의 퇴행적 관행, 수도권 다선 의원들의 노른자위 지역구 독식 문제 등 뜯어고칠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런데도 이를 방치한 채 ‘우린 시스템으로 공천한다’는 말만 되풀이하니 국민을 우롱하는 것처럼 들린다. 이러다 혁신은커녕 여당의 국회 쇄신안까지 발목 잡는 역할만 하지 않을까 걱정된다. 혁신도 때가 있는 법이다. 민주당이 더 늦기 전에 속히 고강도 혁신 열차에 올라타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