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는 “만약 내일 총선을 한다면 국민의힘은 100석도 위험하다고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나는 지금 국민의힘을 이끄는 세력들을 시한부로 보고 있다”면서 “선거를 통해 사라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전 대표는 4일 서울 마포구의 한 사무실에서 가진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국민의힘이 근본적으로 변화하지 않을 경우 12월 후반 신당을 창당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그는 “내년 4월 총선에 반드시 출마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인요한 혁신위’가 친윤계 의원들의 불출마나 수도권 험지 출마를 요구했는데.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완패로 물러났던 이철규 전 사무총장을 인재영입위원장으로 재등장시키는 것이 지금 국민의힘의 현실이다. 인요한 혁신위의 결정에 대해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수고하세요’뿐이다.”
-인요한 혁신위원장의 대화 요구를 뿌리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외교는 주권을 가진 국가와 하는 것이다. 나는 인 위원장을 주체적인 정치 객체로 보지 않는다. 주체적인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정치인과의 대화는 오히려 갈등을 증폭시킨다고 본다.”
-이 전 대표가 여권 지도부에 백기투항이라는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다는 주장도 있다.
“그런 말을 하는 사람들에게 ‘아직 먹고살 만한가보다’라는 얘기를 전해주고 싶다. 지금 여권 지도부는 대선과 지방선거를 연이어 이긴 정당을 1년 반 만에 폐허로 만든 사람들이다. 여권이 만약에 이태원 참사나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 문제 등과 관련해 선거용으로 ‘뭘 하는 척’ 하더라도 아무런 효과가 없을 것이다.”
-여권 지도부에게 협상의 공간을 제시할 의향은 없는가.
“그것은 그쪽에서 연구할 사안이다. 나는 어떠한 조건도 제시할 생각이 없다. 언론들은 ‘윤석열 대통령이 변하고 있다’고 하는데, 나는 공감을 못하고 있다.”
-이 전 대표가 국민의힘 선대위원장 자리나 측근들 공천을 위해 이 같은 행보를 한다는 시선도 있다.
“최재성 전 민주당 의원이 방송에서 최근 그런 말을 했는데, 선대위원장과 관련해서는 분명히 ‘아니다’라고 짚고 가고 싶다. 그리고 측근들 공천을 위해 ‘이준석이 이런다’ 하는 주장도 전혀 사실이 아니다. 내가 배운 정치에는 그런 것이 없다.”
-이 전 대표가 친윤계 의원들에 대해 평정심을 잃었다는 주장도 있는데.
“요즘 들어 박근혜 전 대통령이 많이 생각난다. 내가 박근혜정부 당시 실정을 비판했을 때와 지금 느낌이 많이 다르다. 박 전 대통령은 사석에서 직접 나에게 ‘아버지가 만들어 놓은 대한민국의 영광이 무너질까봐 두렵고, 대한민국이 더 잘되기 위해 정치를 한다’고 말했었다. 그러나 지금은 윤석열정부를 비판할 때 ‘왜 저렇게 하지’ 하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신당이라는 것이 출범 전에는 큰 관심을 끌다가 막상 창당한 이후에는 가시밭길을 걸었던 경우가 많은데.
“잘 알고 있다. 그런데 국민의힘이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완패한 이후 당내 분위기가 달라지는 것을 느낀다. 평소에 연락이 없던 의원들한테도 가끔 연락이 오기도 한다. ‘신당을 같이 하자’ 이런 것은 아니더라도 안부 전화가 온다. 변화의 태동이라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금태섭 전 의원을 포함해 여러 세력들이 신당을 얘기하고 있는데.
“(지난 1일) 김종인 전 위원장을 만났을 때 금태섭 전 의원 얘기가 있었다. (금 전 의원을) 만날 수는 있을 것 같다. 신당을 창당할 경우 이념적 스펙트럼을 넓게 가져갈 것이다. 비명계와도 만나고 있다.”
-비명계와의 회동에서 논의 진전은 있나.
“아직은 밝힐 단계가 아니다. 지금은 신당 참여 세력뿐만 아니라 지향점 등 물리적·기술적 준비를 하고 있다.”
-신당 후보자 지원 유세를 위해 내년 총선에 불출마하는 것도 선택지에 있나.
“없다. 반드시 출마할 것이다.”
-출마할 경우 지역구는.
“내 정치 인생에서 가장 의미가 큰 곳으로 나갈 것이다. 서울 노원도 나에게는 의미가 큰 지역구다. 다만, 아직 최종 결정을 내리지는 못했다. 솔직히 신당을 창당하지 않고 무소속을 택했다면 내 마음대로 지역구를 결정하기가 더 쉬웠을 것이다.”
하윤해 정치부장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