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사진) 전 국민의힘 대표는 “국민의힘이 근본적으로 변화하지 않을 경우 12월 후반 탈당해 신당을 창당하겠다”고 밝혔다. 이 전 대표는 신당과 관련해 “이념적 스펙트럼을 넓게 가져갈 것”이라며 “(더불어민주당 내의) 비명(비이재명)계와도 만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전 대표는 4일 서울 마포구의 한 사무실에서 가진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 전 대표는 인터뷰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국민의힘은 실패했다”고 단정 지었다. 그는 ‘타협점을 찾기 위해 여권 지도부에 특정 요구를 제안할 의향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나는 조건으로 비치는 것은 단 하나도 제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이 전 대표는 그러면서 “신뢰관계가 완전히 무너진 상황에서 무슨 대화나 논의를 할 수 있겠느냐”며 “만약 내가 어떠한 것을 요구할 경우 애매한 표현으로 들어주는 척을 해서 분위기가 좋아지면 ‘다시 이준석에게 연락하지마’ 하거나, 뒤통수를 칠 것”이라고 강한 불신을 드러냈다.
다만 이 전 대표는 국민의힘에 남을 수 있는 ‘마지노선’을 시사하기도 했다. 그는 “여권 지도부가 예상을 뛰어넘는 파격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전 대표는 ‘그 정도로 신뢰가 무너졌으면 지금 탈당하지, 왜 연말까지 남아 있을 계획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친윤(친윤석열)계를 포함한 현 지도부가 물러나는 상황을 배제하지 않기 때문”이라며 “신당 창당을 위한 준비 작업에도 시간이 걸린다”고 답했다.
이 전 대표는 특히 “신당 창당은 보수 절멸을 막기 위한 시도”라면서 “그동안 비정상이 ‘뉴노멀’이 돼서 ‘비정상의 정상화’에 대한 갈구가 크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이준석 신당’이 가시밭길에 처할 가능성도 있다. 이에 대해 그는 “당연히 군소정당이 될 각오도 하고 있다”면서 전의를 다졌다.
이 전 대표와 민주당 내 비명계가 신당에 힘을 합치고, 여기에 국민의힘 탈당 세력과 일부 세력이 합류할 경우 내년 4월 총선 구도가 크게 소용돌이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국민의힘 수도권 의원은 5일 “‘찻잔 속 태풍’에 그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은 이날 MBN 인터뷰에서 이 전 대표의 신당 창당설과 관련해 “신당을 만들면 본인도 좋지 않고, 우리도 좋지 않다”면서 “신당 발표하는 날까지 안으려고 끝까지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전 대표가 신당 창당을 결행할 경우 그 시점은 오는 12월 27일이 될 가능성이 크다. 그는 정확히 12년 전인 2011년 12월 27일 출범했던 당시 한나라당 ‘박근혜 비상대책위원회’의 비대위원으로 정계에 입문했다. 이 전 대표는 “내 정치 인생도 한 ‘간지(干支)’를 돌았다”면서 크게 부인하지 않았다.
하윤해 정치부장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