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세종시 명학산업단지에 있는 삼성전기 세종사업장. 축구장 24개 크기인 5만3000평에는 건물 12개가 들어서 있다. 사업장 내 지원동에선 내년 준공을 목표로 공사 중인 신규 공장이 보였다. 심규현 삼성전자 패키지세종제조기술팀장은 “새 공장에선 훨씬 난도 높은 차세대 제품을 생산할 예정”이라며 “스마트팩토리 기술도 도입된다”고 말했다.
1991년 설립된 삼성전기 세종사업장은 스마트폰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등에 들어가는 반도체 패키지기판을 생산한다. 패키지기판은 반도체와 메인 기판 간 전기적 신호를 전달한다. 반도체 뒤에 부착되며 칩을 외부 충격으로부터 보호하는 역할도 한다. 사람에 비유하면, 반도체는 두뇌에 해당하고 패키지기판은 신경·혈관 혹은 뇌를 둘러싼 뼈다. 패키지기판 시장 규모는 올해 기준 106억 달러(약 13조9000억원)다.
스마트폰 태블릿PC 등 전자기기 기능이 많아질수록 패키지기판의 회로는 복잡해진다. 회로 선폭은 8~10마이크로미터(㎛·100만분의 1m)로 머리카락보다 얇아야 한다. 삼성전기는 머리카락 두께의 40분의 1인 3㎛ 선폭을 그릴 수 있는 기술력이 있다. 기판 면적은 한정돼 있어, 판을 쌓아 올리는 적층 기술도 필요하다. 이를 위해 각 층을 연결하는 구멍(비아·Via)을 내는 작업이 이뤄진다. 50㎛ 크기 구멍을 오차 없이 뚫어야 한다. 삼성전기는 A4 용지 두께 10분의 1인 10㎛가량의 비아를 구현할 수 있다. 스마트폰용 AP 기판은 4~6층, 서버용 기판은 20층까지 올라간다.
이날 반도체 기판이 생산되는 삼성전기 공장을 둘러봤다. 1, 2 공장에선 기판 회로 형성 및 도금 등의 공정이 진행되고 있었다. 3, 4 공장은 기판 적층과 회로 손상 및 성능 저하 방지를 위한 절연 물질 도포(SR) 공정 등 후공정이 한창이었다.
공장에 들어가려면 스킨·로션 등 기초 제품만 바른 맨얼굴이어야 한다. 미세한 기판 회로에는 이물이 끼면 치명적이기 때문이다. 보풀이 일어나는 옷도 금지다. 방진복으로 갈아입고 미세 먼지를 빨아들이는 ‘에어 샤워’ 부스를 거쳐야 공장에 들어갈 수 있다.
공장 내부에는 각 공정을 담당하는 설비들이 빼곡했다. 기계 소음은 옆 사람 말소리가 잘 들리지 않을 정도로 컸다. 삼성전기 관계자는 “신규 공장에는 모니터링 인력 정도만 배치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반도체 기판은 얇은 구리판이 원재료다. 그 위에 회로 이미지를 입힌 드라이 필름이 올라간다. 이후 전기가 흐르는 길과 그렇지 않은 부분을 나눠 노광 및 현상, 도금, 박리, 에칭(부식) 등의 과정을 거친다.
삼성전기는 내년 5월 신공장을 준공하고, 영국 반도체 업체 ARM 기반 차세대 중앙처리장치(CPU)에 대응하는 반도체 패키지기판을 생산할 예정이다. 심 팀장은 “반도체 시장이 올해 다운턴(하강 국면)인데 고객들로부터 비축 재고가 어느 정도 소진됐다고 듣고 있다. 내년 상반기 시장은 되살아날 것”이라며 업황 개선 기대감도 내비쳤다.
세종=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