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포커스] 미·중 정상회담, 기대와 한계

입력 2023-11-06 04:07

인류는 희망과 달리 연이은 전쟁의 공포와 피로에 휩싸이고 있다. 국제사회는 소위 물리력과 리더십을 보유한 강대국의 적극적인 역할을 통해 조속히 평화와 안정을 회복해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그럼에도 현실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경우 미국은 물론이고 중국도 자국의 이익을 위한 전략적 계산에 매몰돼 뚜렷한 해결책을 내세우지 못하고 있다. 이번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의 경우에도 오히려 평화와 인류애의 목소리는 묻힌 채 사실상 전쟁은 더 악화되고 있을 뿐이다.

이런 상황에서 공교롭게도 오는 11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미·중의 정상회담이 예정돼 있다. 자연스럽게 국제사회는 두 정상이 이번 연이은 전쟁에 어떤 해법을 내놓을지에 주목하게 된다. 따지고 보면, 미·중 양국 모두 국내적으로 복잡한 과제와 다른 셈법을 갖고 있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내년 말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두 전쟁의 조속한 평화적 해결이 중요하다. 그럼에도 무엇보다 미국 경제의 안정화를 이뤄 전쟁에 불안해진 유권자의 마음을 얻는 과제가 더 중요하다. 그리고 한편으로 불안정한 대만해협, 남중국해, 북핵 문제, 중국과의 경제 협력도 간과할 수 없다. 그렇지만 바이든 행정부는 고조돼 있는 반중 정서로 인해 적정선에서의 중국과의 경쟁과 중국 때리기를 병행해야 하는 복잡한 전략적 계산이 있을 수밖에 없다.

반면에 중국 시진핑 정부의 내부를 들여다보면 더욱 복잡하다. 우선 리커창 전 총리의 돌연한 사망으로 시진핑 체제의 불안정이 증폭되고 있다. 비록 중국 정부에서 리 전 총리의 사망에 따른 정치적 파장을 우려해 매우 적극적으로 사회 통제에 나서고 있지만 오히려 이미 중국 내 SNS를 통한 애도의 물결이 예상을 넘어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이는 예상하지 못한 리 전 총리 사망에 대한 안타까움과 함께 그 이면에는 시진핑 체제에 대한 불만이 투영돼 있을 수 있다.

시진핑 정부는 부동산시장 침체와 높은 실업률 등 경제 위기로 인한 민심이 더욱 악화될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 따라서 시진핑 주석은 현재 상황에서는 두 개의 전쟁에서 평화 중재자의 실질적 역할을 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만일에 바이든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이 성사된다면 국내적 불안정을 상쇄시킬 수 있는 주목할만한 경제 및 과학기술 분야의 성과가 필요할 수밖에 없다. 현재 시진핑 정부는 물밑에서 치열하게 정상회담 협상 의제와 내용을 조율하고 있을 수 있다. 그래서 샌프란시스코행을 막판까지 확정하지 못한 채 끝까지 미국과의 샅바 싸움을 이어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처럼 미·중 정상은 어떻게든 만나기는 하겠지만 서로 다른 요구와 기대에 쉽사리 타협을 이루지 못할 수 있고, 현재의 국제 상황은 기대만큼 조속히 해결되기도 어려울 것이라는 안타까운 예상이다. 이는 기존의 초강대국 국제정치의 위기를 경고하는 것일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제 한반도와 그 주변으로 시각을 돌려보자. 일단은 연이은 두 개의 전쟁 때문에 기존의 남중국해, 대만해협에서의 긴장은 다소간 일시적으로 완화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해본다. 그렇지만 한반도를 둘러싸고 가장 심각하게 떠오른 북핵 문제와 북한의 도발로 야기될 수 있는 위협과 불안정은 오히려 더 경계돼야 한다. 한·미·일, 한·중·일 협력 등 영내 다층적 소다자 협력 네트워크를 더욱 치밀하게 구성해 국제사회 변동성에 더욱 유연한 방식으로 대응해갈 체계를 수립해야 한다.

이동률 동덕여대 중어중국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