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세비 축소 담은 與 ‘2호 혁신안’… 김기현 “제안 오면 판단”

입력 2023-11-04 04:07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연합뉴스

국민의힘 혁신위원회가 3일 ‘국회의원 희생’을 키워드로 한 ‘2호 안건’으로 국회의원 숫자 10% 감축, 불체포특권 전면 포기 당헌·당규 명문화, 국회의원 세비 삭감, 현역의원 평가 하위 20% 공천 원천 배제 등 4개 안건을 확정했다.

혁신위 대변인인 김경진 혁신위원은 이날 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국민의힘이 앞으로 국민들 앞에서 희생하기 위한 구체적 내용으로 4가지 안건을 선정했다”며 이같이 전했다.

김 위원은 의원정수 축소에 대해 “(코인 논란을 야기한) 김남국 의원 등 (의원들이) 일하지 않는 모습을 봤을 때 국민 평균 정서상 10% 감축해도 국회가 돌아가는 데 문제가 없다고 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불체포특권 포기와 관련해선 당헌·당규 명문화뿐 아니라 현역 의원들이 서약서를 작성해 제출토록 하고, 국회의원 후보자의 경우에도 공천 신청 시 서약서 작성·제출을 의무화하라고 요구했다.

혁신위는 국회의원 세비도 국민 눈높이에 맞게 다시 책정하라고 촉구했다. 현재 우리나라 국민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세계 31위 수준인 데 반해 국회의원 세비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3위여서 삭감이 필요하다는 게 혁신위의 생각이다.

혁신위는 국회의원이 구속 수사를 받게 되면 세비를 전면 박탈하고, ‘무노동 무임금’ 원칙에 따라 국회 본회의나 상임위원회 불출석할 경우에도 세비를 삭감하도록 요구했다. 현재는 의원이 구속돼도 무죄추정 원칙에 따라 세비가 계속 지급된다. 아울러 현역 의원에 대해 적정한 평가를 한 뒤 하위 20%는 공천을 원천적으로 배제할 것을 요청했다. 혁신위는 입법이 필요한 부분은 당에 법안 발의를 요구할 계획이다.


혁신위가 내놓은 4가지 안건을 당 지도부가 수용하면 국민의힘은 국회의원 숫자를 현재 300명에서 270명으로 10% 감축하는 안을 당론으로 확정하고 야당과 협상에 들어갈 전망이다.

다만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이견이 나올 가능성이 있어 당론 채택 여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 지난 6월 김기현 대표가 당론으로 의원정수 축소를 추진하려 했을 때 국민의힘 내부에선 비례대표를 줄일지 지역구 의석을 줄일지 등을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불체포특권 포기의 경우 각종 ‘사법 리스크’를 안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에 비해 국민의힘 의원들은 대체로 찬성하는 분위기인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민주당이 ‘정당한 영장 청구’라는 단서 조항을 달아 조건부로 불체포특권 포기를 수용했을 때도 국민의힘은 ‘꼼수’라고 강하게 비판했었다.

김 대표는 혁신위 발표 후 기자들과 만나 ‘의원정수 10% 축소·불체포특권 전면 포기’ 제안과 관련한 질문에 “제안이 들어오는 대로 당 정식 논의기구와 절차를 통해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의원정수 축소와 세비 삭감은 국회법을 개정해야 하므로 야당과의 협의가 필요하다. 민주당 지도부 관계자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국민의힘부터 합의가 돼야 여야 협상테이블에 올리지 않겠느냐”며 “이제 막 발표된 만큼 실제 진행되는 추이를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강선우 민주당 대변인은 국민의힘 혁신위가 당 지도부·중진·친윤 핵심 의원에게 총선 불출마 또는 수도권 험지 출마를 요구한 데 대해 “‘윤핵검’ 공천을 위해 영남권 의원들에게 자리를 비우라는 선전포고”라며 “인요한 혁신위원장은 자신이 윤석열 대통령의 아바타에 불과하다는 점을 확인시켜줬다”고 비판했다.

김영선 기자 ys8584@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