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조원대 개발 사업을 둘러싼 한양과 롯데건설 간의 갈등이 급기야 비방전으로 번졌다. 사업을 주도했다가 시공권을 놓친 한양은 최근 시행사 최대주주 지위를 확보한 롯데건설을 겨냥해 ‘주식 탈취’ ‘금융사기’ 등 거친 표현까지 동원해 강공에 나섰다. 롯데건설은 억지 주장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분쟁은 광주 중앙공원1지구 민간공원특례사업을 맡은 시행사(빛고을중앙공원개발)가 2021년 4월 롯데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하면서 시작됐다. 당초 시행사의 전신인 컨소시엄을 꾸려 2018년 광주시에 제안서를 제출한 건 한양이었다. 한양은 시공사를 맡기로 하고 사업을 추진한 것이었기 때문에 롯데건설 영입으로 ‘낙동갈 오리알’이 된 셈이었다.
2020년 1월 시행사 출범 당시 한양은 4개 참여사 중 가장 많은 30%를 출자한 최대주주였다. 다음이 우빈산업(25%), 케이앤지스틸(24%), 파크엠(21%) 순이었다. 그럼에도 시행사가 제3자인 롯데건설을 선택한 건 우빈산업 등 다른 참여사들이 등을 돌렸기 때문이다. 한양은 시공권을 가져오기 위해 민사소송을 제기했지만 1, 2심 모두 패소했다. 사업자로 선정됐다고 반드시 한양이 시공권을 가져가야 할 근거가 없다는 게 주요 이유였다.
한양은 이 소송과 별개로 우빈산업을 상대로 계약 위반에 따른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진행했고 지난달 26일 승소했다. 1심 법원은 한양에 손해배상액으로 490억원을 지급하고 보유 지분 전량을 넘기라는 취지로 판결했다. 이 결정대로라면 한양은 우빈산업 지분 25%를 넘겨받아 모두 55% 지분으로 시행사 최대주주 위치를 굳힐 수 있다.
문제는 현재 우빈산업이 빈털터리라는 점이다. 우빈산업은 열흘 앞선 지난달 16일 지분을 모두 롯데건설에 넘겼다. 시행사가 지난달 13일 자금 부족으로 브릿지대출 7100억원 중 100억원을 갚을 수 없다며 채무불이행을 선언했는데 롯데건설은 이 빚을 대신 갚는 조건으로 우빈산업이 보유한 지분 49%를 인수했다. 우빈산업 지분이 종전 25%에서 49%로 늘어난 건 지난해 5월 콜옵션 행사 방식으로 케이앤지스틸의 24% 지분을 전부 가져왔기 때문이다.
한양은 전날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한양은 법원이 인정한 최대주주”라며 “(롯데건설의 지분 인수는) 법원 판결을 무력화하기 위한 금융사기이자 주식 탈취 행위”라고 반발했다. 한양은 시행사가 100억원을 구하지 못해 부도를 낸 것부터 말이 안 된다는 입장이다. 시행사는 이미 PF(프로젝트파이낸싱)로 9950억원을 확보한 상태라 7000억원대 대출을 상환하고도 2000억~3000억원이 남아야 한다는 얘기다.
롯데건설 측은 “금융비 지출과 공원 조성 등으로 돈이 많이 드는 사업이라 이번 PF 자금만으로는 부족했다”며 “사업 정상화를 위해 지분을 인수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한양은 형사고발 등 법적 대응을 검토 중이다.
광주 중앙공원1지구 민간공원특례사업=광주 서구 금호동·쌍촌동·풍암동·화정동 일대 243만5516.3㎡에 공원시설 224만59.33㎡, 비공원시설 19만5456.97㎡를 조성하는 사업이다. 광주에서 추진 중인 민간공원 특례사업 중 최대 규모다. 비공원시설 부지에 들어서는 아파트는 사업비 2조1023억원을 들여 3개 블록에 지하 3층~지상 28층 2772가구 규모로 조성할 예정이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