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전고체 전지 상용화를 앞당길 수 있는 신규 전해질 소재가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돼 세계적 과학 저널 ‘사이언스’에 게재됐다.
서울대는 2일 이차전지 혁신연구소 소속 강기석 재료공학부 교수팀(유승주 노주현 박사 과정 연구원)이 이온전도성을 높인 삼방정계 구조(세 개의 벡터 길이가 같고, 각 축을 이루는 각이 직각이 아닌 모양으로 정육면체를 대각선 방향으로 잡아 늘인 형태)의 지르코늄계 염화물 고체 전해질 소재 개발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현재 시중 전기차에는 액체 전해질을 이용한 상용전지가 들어간다. 그러나 가연성과 폭발성 때문에 고체 전해질을 활용한 전고체 전지가 향후 ‘게임 체인저’로 연구됐다. 이미 산화물 및 황화물 계열의 고체 전해질이 개발됐으나 이온전도는 높은 대신, 안정성은 갖추지 못한 한계가 있었다.
염화물 계열의 고체 전해질은 2018년 이후 주목받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 역시 이트륨 등 비싼 희토류 금속을 주로 함유하고 있어서 상용화에 어려움이 있었다. 다만 염화물 계열 중에서도 삼방정계 구조의 염화물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원소를 활용할 수 있어 경제성을 갖춘 후보로 연구돼왔다. 이 역시 타 염화물 계열에 비해 이온전도도 차이가 커서 상용화가 어려울 것으로 예측됐다.
하지만 강 교수팀이 삼방정계 염화물의 금속 이온 조성 및 배치가 이온전도도에 미치는 영향을 처음으로 밝혀내면서 상용화의 길이 열렸다. 강 교수팀에 따르면 삼방정계 염화물 속 리튬은 이동할 때 메탈 이온이 가까이 있으면 정전기적 반발력 탓에 이동에 방해를 받는다. 그렇다고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도 리튬 이온 범위가 좁아져 이동에 지장이 생긴다. 강 교수팀은 리튬이 메탈 이온 반발력으로부터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는 전해질을 조성하도록 소재 설계 전략을 제시했고, 이를 토대로 신소재 개발에 성공했다.
강 교수는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기존에 연구되던 차세대 소재가 갖고 있던 공정적 측면이나 가격적 측면의 문제를 조금 풀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며 “전고체 전지 상용화에 한 걸음 더 가까워질 수 있으리라 본다”고 말했다.
백재연 기자 energ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