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3개월째 줄달음질… 난감한 정부, 부랴부랴 안정 대책

입력 2023-11-03 04:04

소비자물가상승률이 지난 7월 이후 3개월 연속 오름세를 보이면서 정부의 올해 물가 관리 목표(3.3%) 달성이 사실상 어려워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부는 부랴부랴 에너지·먹거리 물가 안정을 위한 대책을 내놨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7월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며 올해 연간 물가상승률 목표치를 기존 3.5%에서 3.3%로 낮췄다. 6월 물가상승률이 2.7%에 그치고 하반기 국제유가에 대해 안정 전망이 나오자 자신감을 보였던 것이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당시 브리핑에서 “올 하반기에는 평균 2% 중후반대의 물가상승률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정부의 예상은 빗나갔다. 지난 8~9월 농수산물 가격이 뛰면서 물가상승률이 잇달아 3%대를 기록했다. 그러자 정부는 폭염과 호우 등 계절적 요인이 완화되는 10월부터 물가가 둔화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2일 발표된 10월 물가가 1년 전 대비 3.8% 오른 것으로 나타나면서 ‘10월 물가 안정론’도 무색해졌다.

올해 들어 10월까지 누적 물가상승률은 3.7%다. 정부는 11~12월 물가가 3% 초·중반대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정부의 연간 물가 목표(3.3%)는 맞추기 어려울 전망이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이날 “신선식품 물가가 여전히 높고, 국제유가와 환율도 고공행진을 하고 있어 물가 상승 기조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 추이도 정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10월 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 지수는 1년 전에 비해 3.6% 올랐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방식의 근원물가 지표인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지수는 3.2% 상승했다. 정부는 10~11월 근원물가 상승률이 2%대에 그칠 것으로 기대했는데 이를 1% 포인트가량 웃돈 것이다.

정부는 이에 물가안정방안을 쏟아냈다. 에너지 가격 급등을 고려해 저소득층에게 지난해 수준의 겨울철 난방비를 지원하고, 김장재료 등 먹거리 물가를 낮추기 위한 예산도 투입한다고 밝혔다.

난방비 지원에서 가장 공을 들인 분야는 사용 시 요금을 차감할 수 있는 ‘에너지 바우처’다. 취약계층 각 가구에 평균 30만4000원씩을 지원할 계획이다. 연탄 사용 가구에는 54만6000원의 연탄 쿠폰을 발급하기로 했다.

소상공인을 위해선 겨울철(10월~3월)에 사용한 도시가스요금을 4개월에 걸쳐 분납할 수 있도록 허용하기로 했다. 전국 6만8000곳 경로당에는 지난해보다 3만원 증액한 월 40만원의 난방비를 지원한다. 올겨울부터는 어린이집에도 기본사용료 면제 등 요금 감면 혜택을 부여한다.

농축수산물 물가를 잡기 위해 공급물량 확대와 함께 할인 행사를 시행하기로 했다. 김장철인 만큼 김장재료에 초점을 맞췄다. 배추·무와 천일염 등 정부 비축물량을 시중에 풀 계획이다. 또 정부 예산 245억원을 투입해 오는 29일까지 김장재료를 최대 50~60% 할인한다. 코코아, 전지·탈지분유 등 수입 품목 중 물가가 급등한 품목은 관세율 0%인 할당관세 적용을 통해 가격을 낮추기로 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해외 에너지 가격 상승 등 대외 여건은 악화하는데 기준금리 동결은 계속되고 있어 정부 정책이 효과를 거둘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박세환 신준섭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