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골목 구석구석 누비는 ‘한국형 청소차’ 나온다

입력 2023-11-03 00:04
게티이미지뱅크

쓰레기 수거 차량 뒷발판에 매달려 작업하는 환경미화원의 산업 재해가 계속되자 정부가 골목길 등 좁은 길에서도 운행 가능한 ‘중소형 한국형 청소차’를 개발하기로 했다. 2018년 환경미화원 안전을 위해 도입한 저상형 청소차가 크기와 비용 탓에 현장 수용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에 따른 조치다.

2일 정부에 따르면 환경부는 최근 좁은 길 운행이 가능한 중소형 청소차 개발을 위한 긴급입찰 공고를 냈다. 배정 예산은 2억5000만원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5t 이상 한국형 저상형 청소차가 개발·보급되고 있지만, 여전히 (기존 차량) 불법 발판에 매달려 일하는 환경미화원이 다수”라며 “골목길에서도 운행할 수 있는 크기의 저상형 차량을 개발해 달라는 현장 요구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2018년 정부가 개발한 한국형 저상형 청소차 모델. 차체 높이를 낮추고 시내버스에 적용한 접이식 문을 적용했다. 안전보건공단 블로그 캡처

2019년부터 올해 8월까지 최근 5년간 생활폐기물 상·하차 수거 작업 등을 하다 사망한 환경미화원은 23명이다. 올해에만 3명이 세상을 떠났다. 근무 도중 부상을 입은 환경미화원도 5년간 3771명으로 집계됐다. 지난 3월에는 강원도 원주에서 음주운전 차량이 청소차를 들이받아 뒷발판에 매달려 있던 30대 환경미화원이 우측 발을 절단하는 사고가 있었다. 지난 7월에도 서울 구로구에서 음주 차량이 청소차를 덮쳐 뒷발판에 올라 일하던 60대 환경미화원이 다리를 절단하는 중상을 입었다.

환경미화원들은 이런 ‘매달리기’ 작업이 위험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업무 효율을 높이기 위해 발판을 사용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한다. 쓰레기 수거를 위해 짧은 거리를 이동하며 반복적으로 승하차해야 하는 특성 때문이다.


환경부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18년 차체가 낮고 환경미화원이 서서 이동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든 저상형 청소차를 새로 개발했다. 하지만 차체가 크고 비용이 많이 들어 현장 보급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에서 노후 차량을 교체하는 시점이 돼서야 신형을 도입하다 보니 지난해까지 전국 17개 시·도에 보급된 저상형 청소차는 224대에 그쳤다. 현재 전국의 쓰레기 청소차는 4000대 정도다.

환경부 관계자는 “중소형 저상형 청소차가 개발될 경우 5t 청소차보다 비용이 저렴하고 현장 수요도 높아 작업환경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