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나가던 2차전지 주가 ‘내리막길’ 고전… 회복 언제쯤?

입력 2023-11-03 04:03

잘 나가던 2차전지 관련주가 국내 증시를 끌어내리는 주범이 되고 있다.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성장세가 둔화하자 에코프로 등 종목의 시가총액이 반 토막 나면서다. 가팔랐던 성장세가 꺾인 만큼 단시일 내 주가 회복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는 전망이 나온다.

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에코프로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8.71% 오른 64만 9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9월 이후 줄곧 하락세를 보이다 간밤에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금리 동결 발표로 깜짝 반등한 것이다. 그러나 지난 7월 153만원까지 치솟았던 에코프로 주가의 고점 대비 낙폭은 50%를 훌쩍 넘는다. 최근 두 달 새 주가가 반 토막 나며 증발한 시가총액은 15조원 규모다.

다른 2차전지 관련주도 비슷한 상황이다. 최근 두 달 새 포스코퓨처엠(-42.27%)을 비롯해 에코프로비엠(-33.13%), 엘앤에프(-32.33%), SK아이이테크놀로지(-30.56%), LG에너지솔루션(-28.03%), 삼성SDI(-26.54%), POSCO홀딩스(-26.17%) 등도 큰 폭으로 빠졌다.


전기차 업황에 대한 불확실성이 2차전지 밸류체인(가치사슬)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전기차 시장 성장세 둔화 조짐에 GM과 포드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전기차 생산 계획을 대거 수정하고 있다. 배터리 공급업체 파나소닉도 전기차 수요 부진을 이유로 올해 3분기 일본 내 배터리 셀 생산을 전 분기 대비 60% 줄였다고 밝혔다.

테슬라의 부진한 실적도 전기차 수요 부진 우려를 키웠다. 지난달 18일(현지시각) 발표된 테슬라의 올해 3분기 매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 증가한 233억5000만 달러에 그쳤다. 이는 시장 예상치(241억 달러)를 밑돈 수치다. 순이익은 18억5300만 달러로 같은 기간 44% 급락했다.

2차 전지 업황이 단기간 내에 개선될 가능성은 작다는 게 시장 전문가들의 평가다. 또 장기 성장성을 반영해 기대치가 높아졌던 만큼 테슬라 등 일부 종목의 기업가치가 실적 대비 고평가됐다는 분석도 있다. 미국 투자회사 번스타인의 토니 사코나기 애널리스트는 테슬라의 내년 차량 인도 대수가 월가 예상(230만대)보다 적은 215만대에 그칠 것으로 예상하며 테슬라 목표주가를 150달러까지 낮췄다. 익명을 요구한 증권사 프라이빗뱅커(PB)는 “테슬라 주가 하락이 국내 부품업체 주가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며 “고객들에게 배터리 비중을 줄이라고 권하고 있다”고 말했다.

2차전지 업황의 부진 전망은 국내 증시 전체에 부담이다. 조준기 SK증권 연구원은 “이제 2차전지는 과거와 달리 단순 테마가 아니라 반도체와 함께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쌍포다. 2차전지 추세가 돌아서야 우리나라 증시도 훈풍이 불 수 있다”고 말했다.

김준희 기자 zuni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