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42회를 맞은 ‘샤르자국제도서전’은 중동 지역에서 열리는 도서전 중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지난해 이 도서전에 80여개국 2000여개 출판 기업·단체가 참여했는데, 올해는 109개국 2200여곳으로 확대됐다.
샤르자는 아랍에미리트(UAE)의 세 번째 도시다. UAE를 구성하는 7개 토호국 중 하나로 인구는 90%를 차지하는 외국인 노동자를 포함해 100만명에 불과하다. 두바이나 아부다비에 비하면 이름조차 낯선 이 작은 도시는 UAE의 문화 수도, 아랍권을 대표하는 출판도시로 자리잡았다. 출판 관련 정부 부처로는 세계에서 유일한 도서청, 중동 최대 규모의 국제도서전과 어린이독서축제, 100% 면세를 제공하는 출판자유구역 등 대담하고 혁신적인 출판산업 육성 전략을 펼치고 있다.
샤르자의 출판정책을 총괄하고 있는 샤르자도서청의 알 아메리(사진) 청장은 지난 1일 한국 기자들과 만나 “UAE의 출판산업 규모는 2030년이 되면 6억5000만 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세계 출판시장에서 UAE가 중동과 아프리카, 유럽지역의 허브 역할을 할 수 있다”면서 “특히 중동과 아프리카에는 9억5000만명에 달하는 어린이들이 있다. 그들은 교육에 대한 갈증이 크다”고 했다.
샤르자도서청은 출판과 인쇄, 번역, 도서관, 도서전, 어린이독서 등을 총괄하는 부서다. 아랍 전통과 문화를 강조하는 샤르자 통치자 셰이크 술탄 빈 모하메드 알 카시미 국왕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2014년 설립됐으며, 국왕의 딸인 보두르 공주가 도서청 회장을 맡고 있다.
샤르자국제도서전은 도서청의 핵심 사업으로 UAE는 물론 중동 전체에서 가장 중요한 문화행사 중 하나로 꼽힌다. 도서청이 개최하는 ‘샤르자 어린이 독서축제’도 아랍권 최대의 어린이 책축제로 자리잡았다. 샤르자 도서전을 필두로 아부다비 도서전, 사우디아라비아의 리야드 도서전 등 걸프 지역의 도서전들은 현대식 교육을 받은 아랍 젊은이들을 독자와 창작자로 키워내며 출판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도서청은 ‘샤르자출판도시’ 프로젝트도 이끌고 있다. 한국의 파주출판도시를 닮은 샤르자출판도시는 편집, 인쇄, 번역, 유통 등 출판 관련 산업이 집적된 단지로 100% 면세가 되는 세계 유일의 ‘출판자유구역’이다. 현재 8000곳이 넘는 개인 또는 법인이 샤르자출판도시에서 사업할 수 있는 라이선스를 발급받았으며, 450개 출판사가 입주했다.
알 아메리 청장은 “샤르자출판도시는 중동 지역의 출판 플랫폼이 되려고 한다”며 “UAE에서는 8시간 내에 세계 어느 나라와도 연결된다”고 소개했다. 또 면세 정책에 대해 “세금만 경제에 도움되는 게 아니다”라며 “외부에서 사람들이 들어와 먹고 살고 활동하는 것에서도 간접적 이익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샤르자국제도서전의 성공 요인에 대해 “중동과 아프리카, 유럽의 출판산업을 연결시키는 허브 역할을 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알 아메리 청장은 샤르자에 대한 한국 출판계의 관심을 촉구하기도 했다. 그는 “UAE에서는 한국어를 배우려는 수요가 높고, 한국 문화도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올해 도서전에 한국을 주빈국으로 초청한 것도 문화 교류의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라며 “출판에서도 한국 소설이나 논픽션 가릴 것 없이 모든 분야가 관심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샤르자=글·사진 김남중 선임기자 n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