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무실’ 중대재해법… 광주·전남서 24명 사망, 기소 1건

입력 2023-11-03 04:02

근로자가 생명을 잃거나 여러 명이 다친 산업현장의 최고 책임자 과실을 따지는 ‘중대재해 처벌법’이 겉돌고 있다. 지난해 1월 말부터 중대재해를 막기 위해 본격 시행되고 있으나 헛구호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광주·전남지역의 경우 법 시행 이후 22개월 동안 근로자 24명이 사망한 21건의 중대재해를 대상으로 법적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검찰에 송치된 건수는 5건에 불과하다. 이중 재판에 넘겨진 것은 고작 1건 뿐이다.

광주·전남지역에서 첫 적용 사례가 된 ‘여천NCC 폭발사고’의 경우 검찰에서 10개월째 잠자고 있다. 해당 회사 대표는 사고 발생 1년여 만인 올해 초 광주지검 순천지청에 송치됐으나 아직 기소조차 되지 않았다. 지난해 4월 광양 세풍산단 내 현대스틸산업 율촌공장에서 발생한 산업재해도 마찬가지다.

중대재해로 분류되면 광주지방고용노동청 ‘광역중대재해관리과’ 근로감독관이 먼저 사건을 수사하고 검찰에 송치해 법원 판결을 받는다. 하지만 초동수사에 비전문가가 투입되는 탓에 원청업체 책임자 등의 과실을 규명하기에 역부족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고용노동부와 검찰, 법원에서 사건처리를 더디게 하거나 미루면서 ‘무늬만’ 중대재해 처벌법에 그치고 있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정부가 내년 1월 말로 예정된 50인 미만 사업장 확대 적용을 유예한다는 방침이어서 노동계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민주노총 광주지역본부 관계자는 2일 “법 시행 이후에도 큰 사고가 잇따라 발생해 입법 취지가 무색해지고 있다”며 “법 제정 취지에 역행하는 사법당국의 늑장 대응도 서둘러 개선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