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적이 끊긴 텅빈 도심의 광장,
언젠가 가누지 못할 슬픔으로 내가 울던 자리에 숨죽이고 흐느껴 우는 사람이 있다 (이 넓은 광장에 우리가 소리 내어 울 공간은 없다) 두 무릎 사이 얼굴을 묻고 들썩이는 어깨가 어딘지 낯설지 않다 흐릿흐릿한 가로등 불빛 아래 비치는 그의 한쪽 얼굴에 흐르는 눈물이 얼룩이 되었다가 주변을 뿌옇게 흐린다
언제부터 그 자리에 있었을까 그는
누구를 보낸 것일까 혹은 무엇을 잃은 것일까
한없이 흐르는 슬픔, 나는 그 깊이와 끝을 가늠할 수 없다 다가가 어떻게 손을 내밀어야 할지도 모른다 그냥 곁에 앉아 그와 함께 울어야 할 것 같다 그리고 끝없이 흐르는 혹은 위로할 수 없는 슬픔의 등을 쓸어주며 작은 온기를 흘려보내고 두 팔을 벌려 너덜너덜해졌을 그의 마음을 보듬어주어야 할 것 같다
사람들은 이렇게 슬픔에 감염되고 슬픔을 통해 연대한다
저마다의 몸과 마음에 난 크고 작은 구멍들을 추스르고 조금씩 제자리로 돌아온다
그리고 우리는 다시 만날 것이다
우리는 만날 것이다
곽효환 시집 ‘소리 없이 울다 간 사람’ 중
이태원 참사 1주기를 지나며 이 시를 읽는다. 어떻게 손을 내밀어야 할지도 모르고 곁에 앉아 함께 울 수밖에. 함께 운 “우리는 다시 만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