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송 어민은 흉악범… 국민 안전 위협” vs “재판으로 처벌 가능… 그게 법치주의”

입력 2023-11-02 04:03
정의용 전 국가안보실장이 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북한 선원 강제 북송과 관련해 열린 국가정보원법 위반 첫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른바 ‘탈북 어민 강제북송’ 사건으로 기소된 문재인정부 안보라인 핵심 인사들이 첫 재판에서 “흉악범들을 국내에 두면 국민 안전이 위협받을 수 있어 돌려보낸 것”이라고 무죄를 주장했다. 검찰은 “탈북 어민이 살인자라 해도 국내 수사와 재판으로 상응하는 형벌을 부과할 수 있다. 그것이 법치주의”라고 맞섰다.

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1-1부(재판장 허경무) 심리로 열린 재판에는 정의용 전 국가안보실장, 서훈 전 국가정보원장, 노영민 전 대통령 비서실장, 김연철 전 통일부 장관이 나란히 출석해 피고인석에 앉았다. 정 전 실장은 직접 발언 기회를 얻고 “사건을 탈북 어민 강제북송으로 명명한 것 자체가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이들은 하룻밤 새 동료 선원 16명을 도끼와 망치로 살해한 흉악범”이라며 “북한에서 엄청난 범죄를 저지르고 도주하다 NLL(북방한계선)을 무단 침범한 이들을 우리 해군이 제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 전 실장은 “개인적으로 이번 기소를 보고 충격을 받았다”며 “흉악범들을 국내에 편입하는 건 문제가 있다는 의견에 ‘타당하다’고 했을 뿐 범행 공모는 없었다”고 말했다.

검찰은 강제북송의 법적 근거가 없고, 국정원 실무진 반대에도 무리하게 추진됐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당시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협상 결렬로 남북관계가 냉각된 상황에서 북한을 정상국가로 존중한다는 의지를 표명하기 위해 강제북송이 추진된 것으로 본다.

검찰은 “대상자가 위험하다는 이유로 적법절차를 따르지 않고 추방할 수 없다”며 “유영철 같은 흉악범이 다수를 죽였다고 하면 행정기관이 북으로 보내거나 사형시킬 수 있느냐”고 말했다. 이어 방청석을 보면서 “이들이 북송 후 어떤 처분을 받았는지 알려진 바 없지만 아마 살아 있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고, 목이 메는 듯 울먹이기도 했다. 재판장은 “잘 들었지만, 다음부터 말씀하실 때 법대를 보고 해 달라”고 지적했다.

검찰은 또 헌법을 근거로 북한 주민은 대한민국 국민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서 전 원장 측 변호인은 ‘인민 루니’로 불렸던 축구선수 정대세를 언급하며 “정대세는 어느 나라 사람인가”라며 “남북 국적 문제는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정대세가 아버지의 한국 국적을 따랐지만, 2007년 북한 국가대표로 소속돼 북한 국적을 받은 점 등을 언급한 것이다.

정 전 실장 등은 2019년 11월 탈북 어민 2명을 강제 북송하도록 관계 기관 공무원들에게 의무 없는 일을 시킨 혐의(국가정보원법상 직권남용)를 받는다.

양한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