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증여세를 장기간에 걸쳐 나눠 낼 때 붙는 ‘할부금리’가 최근 3년간 시중금리보다 꾸준히 낮게 책정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할부금리는 지난해 3분기 시중 평균금리와 차이가 3.49% 포인트까지 벌어져 조세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1일 국회 예산정책처가 발간한 ‘2024년도 예산안 위원회별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연평균 1~2분기 기준) 시장금리와 국세환급가산금 이자율의 차이는 약 0.84% 포인트였다. 2013~2020년 시장금리가 국세환급가산금 이자율보다 웃도는 수준으로 책정되거나, 두 금리 차가 최고 0.22% 포인트에 그쳤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국세환급가산금 이자율은 상속·증여세를 나눠 낼 때 적용되는 이자율로 일종의 ‘할부금리’다.
현행 ‘상속세 및 증여세법’은 상속·증여세를 최대 10년까지 장기간에 걸쳐 나눠 낼 수 있도록 하는 연부연납 제도를 규정하고 있다. 이 제도에서 이자율은 시중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 평균 수신금리를 고려해 기획재정부령으로 해마다 정해진다.
문제는 지난해 고금리 국면에 들어섰음에도 기재부가 가산금 이자율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기재부는 지난해 시중 평균금리가 1.19%에서 3.11%로 상승했음에도 국세환급가산금 이자율은 1.20%로 동결했다. 두 금리 차(연평균 기준)만 0.92% 포인트에 달한다.
기재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국세환급 가산금 이자율은 상속·증여세뿐 아니라 소득·법인세 등 다른 국세에도 일괄적용되므로 조정 시 고려사항이 많다”고 설명했다.
과도하게 낮은 수준으로 책정되는 가산금 이자율은 상속·증여세수의 감소를 초래할 우려가 있다. 조세 형평성에도 어긋난다. 원칙에 따라 세금을 일괄납부하는 납세자가 분할납부한 납세자보다 기한, 금리 차에 따른 추가이익 측면에서 상대적 불이익을 받는 탓이다.
실제로 시중금리와 가산금 이자율의 차이가 크게 벌어졌던 2021년부터 대규모 연부연납세액이 발생하고 있다. 2021년 상속·증여세에서 발생한 연부연납세액은 각각 13조6571억8000만원, 2조2362억3900만원으로 직전년도 대비 6.61배, 1.29배 급증했다.
세종=김혜지 기자 heyj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