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는 잠깐 맡기고 쉬세요” 중증 환아 단기 돌봄시설 문 열어

입력 2023-11-02 04:02
김민선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가 1일 서울대병원 넥슨어린이통합케어센터 ‘도토리하우스’에 입원한 환아를 살펴보고 있다. 이날 개소한 도토리하우스는 국내 최초 독립형 중증 소아 단기 돌봄 의료시설로 김 교수가 센터장을 맡았다. 서울대병원 제공

24시간 돌봄이 필요한 중증 환아를 맡아 간병에 지친 가족에게 휴식과 재충전의 시간을 주기 위한 지원센터가 마련됐다.


서울대병원 넥슨어린이통합케어센터(일명 도토리하우스)가 1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인근에 연면적 997㎡ 지하1층 지상4층 규모로 문을 열었다. 이 시설은 국내 최초의 중증 환아와 가족을 위한 독립형 단기 돌봄 의료시설이다. 넥슨 재단의 기부금 100억원과 국고 지원 25억원으로 착공 5년 만에 결실을 보게 됐다.

지난 31일 저산소성 뇌병변을 갖고 태어난 다섯 살 민수(가명)를 입소시킨 엄마 A씨는 “민수 형도 어린데 신경을 못써줘 미안했다. 큰 아이가 아직 놀이동산에 못 가봐서 데려가고 싶고 ‘엄마, 나도 캠핑 진짜 가보고 싶다’고 해서 짧은 시간이지만 보람있게 쓰고 싶다”며 오랫만에 웃음을 찾았다. 그동안 민수는 하루 종일 인공호흡기를 낀 채 누워 지내 24시간 A씨의 돌봄을 필요로 했다.

이렇듯 민수처럼 인공호흡기 등 기계에 의존해 24시간 간병 돌봄이 필요한 중증의 소아·청소년 환자는 전국적으로 4000여명으로 추산된다. 지금껏 이들의 단기 입원 치료와 돌봄이 가능한 의료시설이 전무해 환아 가족은 정신적 육체적 회복을 위한 시간을 갖기 어려웠다.

이번에 문을 연 센터는 총 16병상(2인실 4개, 4인실 2개)의 입원실과 놀이 치료실, 상담실 등을 갖췄다. 센터에는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5명이 돌아가면서 24시간 상주하고 중증 환아 돌봄에 전문성을 가진 간호사들이 ‘보호자 없는’ 간호간병 서비스를 제공한다.

입원 대상은 만 24세 이하 소아·청소년이면서 자발적 이동 어려움, 인공호흡기 산소흡입 등 의료적 요구 필요, 급성기 질환이 없는 안정 상태 등 3가지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해당 환자 중 사전 외래 진료를 통해 적합 판정을 받고 서울대어린이병원 홈페이지에서 예약 후 이용 가능하다. 서울대병원 이용자 외 다른 의료기관 의뢰 환자도 입원할 수 있다. 입원은 1회 7박8일 이내, 연간 5회 총 20박21일까지 가능하다. 환자 부담은 총 의료비의 5%다.

넥슨어린이통합케어센터장인 김민선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해외에서는 지속적인 간병이 필요한 아이들의 부모가 돌봄 부담에서 벗어나 일시적인 휴식과 회복의 기회를 갖도록 가정을 방문하거나 단기간 기관에 위탁하는 ‘단기 휴식 서비스(Respite Care)’를 제공하고 있다”며 “국내에서도 이런 모델이 다른 지역에도 확산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