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이후 새로운 찬송가를 출간하지 못해 ‘쪽찬송’을 불러야 했던 러시아에 한국교회가 새 찬송가를 선물했다. 서울 늘사랑교회(조요한 목사)가 러시아 찬송가 2000권을 만들어 현지에 배포하게 된 것이다. 늘사랑교회는 십시일반 정성을 모은 교인들의 헌금으로 기존 러시아 찬송가에 새 찬송가 49곡을 더한 개정판 찬송가를 출간하고 선교사들을 통해 순차적으로 러시아에 보낼 예정이다.
늘사랑교회가 러시아에 ‘특별한 사랑’을 보내게 된 것은 교회에서 11년간 사역한 김성식(71) 음악목사의 덕이 컸다. 김 목사는 17년 동안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사역한 선교사 출신이다. 2005년 러시아에 두 번째 찬송가가 발간됐을 당시 구성됐던 러시아찬송가편찬위원회 위원이기도 하다.
1일 성북구 교회에서 만난 그는 “1990년 러시아 선교가 시작된 뒤 ‘한국 찬송가의 아버지’로 불리는 박재훈 목사님이 영락교회의 후원을 받아 한러 찬송가를 출간했다”며 “이후 새로운 찬송가의 필요성을 절감한 한인선교사회가 찬송가편찬위원회를 만들어 새로 출간한 것이 2005년판 예배용 찬송가”라고 역사를 설명했다.
예배용 찬송가는 2012년까지 약 7만권 배포됐으나 그 이후엔 개정은커녕 재판을 찍는 것도 어려웠다. 러시아의 복음화율 5%, 전체 한국 선교사가 400여 가정밖에 안 되는 상황에서 찬송가까지 만들 여력이 없었기 때문이다. 러시아 교인들은 중간중간 페이지가 사라진 낡은 찬송가를 복사해서 사용하거나 검증받지 못한 복음성가를 예배 시간에 부를 수밖에 없었다. 이에 러시아 선교사들이 18년 전 찬송가를 만들었던 김 목사에게 도움의 손길을 청한 것이다.
김 목사는 “현지 교인들이 예배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소식을 듣고 마음이 아팠다. 담임 목사님과 상의했더니 러시아 복음화를 위해 꼭 필요한 일이라며 성도들과 함께 기도하고 후원금을 모으게 해주셨다”고 말했다.
찬송가를 새롭게 만드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기존 찬송가의 오타나 미진한 부분을 채우고 새로 실릴 찬송가를 선별해야 했다. 김 목사는 전 세계에서 많이 불리지만 기존 찬송가에 실리지 못했던 곡을 찾기 위해 5000곡 넘는 찬송가를 찾아 연구했다. 또 러시아어를 전공한 교회 성도의 도움을 받아 가사를 편집하고 현지 성가대 지휘자에게 감수를 받았다. 인쇄소에서도 실비만 받고 인쇄를 해주는 등 따뜻한 도움의 손길이 모였다.
3일 러시아 찬송가를 현지에 전달하려 출국하는 송상천(러시아 새로움교회) 선교사는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는데 김 목사님이 당시 찬송가 편찬위원이라는 책임감을 느끼고 총대를 메셨다. 이를 적극적으로 도와준 한국교회에도 감사한 마음”이라며 “전쟁 상황이지만 새 찬송가를 들고 은혜롭게 예배를 드릴 현지 성도들이 눈에 선하다. 이들을 위해 한국교회가 기도로 함께해 주시길 바란다”고 요청했다.
늘사랑교회는 찬송가 프레젠테이션(PPT) 파일도 현지에 배포할 예정이며 추후 애플리케이션 개발도 목표로 하고 있다. 조요한 목사는 “우리 교회가 선교에 일익을 감당하게 돼 기쁘다”며 “이를 통해 러시아에 하나님을 높이는 아름다운 찬송이 널리 울려 퍼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글·사진=박용미 기자 m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