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고신대복음병원이 우리 가족에게 선물한 건 기적과 같아요.”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온 산드라씨는 지난달 26일 귀국에 앞서 의료진에 감사 인사를 전했다. 유방 거대 종양으로 10년 가까이 투병하던 사촌 동생 마시시 채피소(21)씨가 한국에서 종양제거 수술을 받은 뒤 회복했기 때문이다. 수술을 지원한 부산 고신대복음병원(병원장 오경승)을 통해 채피소씨는 새 삶을 선물로 받은 것이다.
1일 고신대복음병원에 따르면 채피소씨는 열두 살 때 가슴에 종양이 있다는 진단을 받았다. 크기가 작았던 종양은 점차 자라더니 20㎝까지 커졌다. 채피소씨는 “사는 곳에서 가까운 지역병원을 찾았더니 큰 병원에 가보라는 말과 함께 수술을 받아야 한다고 했다”며 “하지만 미신을 믿는 가족들의 반대와 비용 문제로 수술은 꿈도 못 꿨다”고 전했다.
채피소씨에게 기적의 싹이 튼 건 지난 8월이었다.
고신대복음병원 의료봉사팀 ‘두드림(Do Dream)’이 남아공 케이프타운에 있는 그레이스펠로우십교회에서 의료봉사를 하고 있었다. 채피소씨는 이 교회 목사의 안내로 현장에 있던 유방외과 전문의 김구상 교수를 만났다. 진단 결과 경계성 엽상종양, 즉 암이었고 수술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의료봉사팀은 열악한 남아공 대신 고신대복음병원으로 초청해 수술하자고 뜻을 모았다. 넘어야 할 산은 많았다. 외국인이 국내에서 수술을 받으려면 의료보험 혜택을 받지 못해 수술비 부담이 컸다.
이 비용은 오경승 병원장과 김영대 원목 실장을 비롯해 두드림 의료봉사팀이 십시일반 사비를 털어 마련했다. 의료봉사에 동참했던 고신대 간호대 학생들도 정성을 보탰다.
채피소씨는 보호자인 사촌 산드라씨와 함께 지난달 6일 입국해 엿새 뒤 고신대복음병원에서 종양제거 수술과 유방재건 수술을 받았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수술 직후 그는 “10년간 가슴을 짓누르던 응어리가 한꺼번에 사라져 날아갈 것 같은 기분”이라며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이어 “음식이 입에 맞지 않아 힘들어하자 환우들이 우유와 도넛을 사줬다. 감동의 연속이었다”고 전했다.
조승현 기자 cho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