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는 스포츠 중에서 가장 타인을 배려하는 종목으로 꼽힌다.
배려는 에티켓에서 출발한다. 벙커에 남긴 발자국을 고르는 일, 페어웨이에서 샷할 때 생긴 뜯긴 잔디(디봇)를 원위치에 리플레이스하는 일, 마지막으로 볼이 그린에 떨어지면서 생긴 피치 마크를 수리하는 일 등이 골퍼가 지켜야 할 대표적 에티켓이다.
벙커에 들어간 볼을 스트로크한 뒤에 벙커 모래를 고르게 정리하고 나오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다른 플레이어에 대한 예의이자, 자신도 언젠가는 당할 수 있는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은 어떤가. 전혀 그렇지 못하다. 골프장 종사자들은 갈수록 기본적인 에티켓이 지켜지지 않는다고 볼멘 소리를 한다. 경기 시작 전은 말할 것도 없고 라운드 중에도 캐디가 협조를 구하지만 ‘소귀에 경 읽기’인 경우가 많다고 한다.
아시안투어, 한국프로골프(KPGA)코리안투어, KLPGA투어, 일본의 남녀 투어 등 전 세계 대다수 투어에서는 벙커를 정리하지 않을 경우 벌금을 부과하고 있다. 정리되지 않은 벙커에서는 정상적인 플레이를 할 수 없어서다.
디봇의 리플레이스가 되지 않은 것도 심각한 문제다. 올해 같은 이상 기후에서는 더욱 그렇다. 특히 중지에 비해 상대적으로 피해가 더 심했던 양잔디 코스는 리플레이스를 철저히 해야 한다.
잔디가 훼손되면 새 잔디로 보식을 해야 하는데 올해는 잔디 구하기도 힘들다. 수요 과잉 때문이다. 폭우와 폭염이 반복되면서 올해 국내 골프장 잔디 컨디션은 역대 최악으로 꼽혔다.
최상의 코스 컨디션 유지에 골프장의 책임이 가장 큰 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러나 주말 골퍼들의 협조가 없다면 백약이 무효다.
TV중계 화면에 선수가 디봇을 리플레이스 하는 장면이 나오면 해설자나 캐스터가 극찬을 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당연한 것이 당연하게 지켜지지 않아 벌어지는 웃픈 현실이다.
기본적 에티켓이 지켜지지 않은 것은 퍼블릭, 프라이빗 멤버십을 가리지 않는다. 수년 전만 해도 적어도 명문 골프장에서만큼은 그런 볼썽사나운 모습은 없었다. 한 마디로 전국 골프장들이 플레이어들의 비신사적 행동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것이다.
주말로 갈수록 상태는 더 좋지 않다. 페어웨이에는 디봇이 널브러져 있고 벙커는 그야말로 엠보싱이다. 평일에 비해 내장객이 많은 이유도 있지만 휴일에 근무하는 인력이 부족한 것도 원인이다. ‘남의 눈에 티끌은 보면서 내 눈의 들보는 보지 못한다’는 성경 구절이 있다. 과연 나는 골프 코스 컨디션을 놓고 왈가왈부할 자격이 과연 있는냐고 스스로를 뒤돌아보았으면 한다.
정대균 골프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