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명으로 재소자 판단 말고 신앙의 멘토 돼라”

입력 2023-11-02 03:01
게티이미지뱅크

“주변에서 악했다고 평가되는 범죄자가 신앙을 갖고 나서 교화되는 모습을 종종 봤습니다.”

교정시설에서 근무하는 A씨에게 교정선교가 왜 필요한지 묻자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실제 교정선교는 ‘복음의 황금어장’으로 불린다. 법무부 교정본부가 최근 발표한 ‘2023 교정통계연보’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으로 수형자 3만4475명 가운데 기독교인은 1만2230명(35.5%)로 집계됐다.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 기독교인 비율(15.0%·774만명)의 2배가 훌쩍 넘는다.

하지만 교정선교에 관심이 있어도 선뜻 나서기 꺼려지는 부분도 있다. 구치소나 교도소 등을 출입하면서 재소자를 만나는 일이 낯설기 때문이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총회 군경교정선교부는 최근 ‘교정선교 매뉴얼’(표 참조)을 출간해 ‘교정선교에서 반드시 알아야 할 사항’을 안내했다.


가령 재소자의 죄명에 대한 정보를 모르고 봉사를 갔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매뉴얼에 따르면 “재소자가 스스로 이야기할 때까지 기다리라”고 안내한다. 또 “죄명과 사람을 같은 선상에 놓고 판단하지 말고 재소자를 같은 인간으로 존중하되 수감돼 있다는 사실을 인지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교정시설을 자주 드나들면서 재소자와 친해졌는데 개인적으로 만나는 것은 어떨까. 이에 대해 매뉴얼은 “우발적 상황을 고려해 개인으로 행동하기보다는 선교 단체와 교회 등 공동체를 통한 봉사를 권한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재소자의 사소한 부탁이라도 직원의 허락없이 들어줘선 안 되며, 재소자가 연루된 사건에 법적으로 충고하거나 개입하는 일도 삼가야 한다.

이밖에 재소자를 향해 전하는 메시지도 중요하다. 수도권의 한 교정시설 관계자는 “청중이 수감자라는 이유만으로 창세기에 등장하는 옥에 갇힌 요셉 이야기를 준비해가는 건 적절치 않다”며 “같은 설교를 여러 차례 접한 재소자에게는 식상하게 와닿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재소자를 죄명으로 구분하기보다는 하나님의 사랑과 하나님과의 긴밀한 관계를 쌓는 메시지를 중심으로 전하는 걸 권했다. 김영식 소망교도소장은 1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대부분의 재소자는 어릴 때 타인과의 부정적 관계로 인해 범죄에 손을 댄다”며 “신앙의 멘토를 만나 건강한 관계를 쌓는 것이 긍정적인 관계를 회복하는 첫 발판이다. 이로 인해 가장 중요한 하나님과의 관계를 깨닫고 하나님이 자신의 보호자가 된다는 것을 깨닫도록 도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소자의 출소 이후 삶에도 지속적인 관심이 절실하다. 김 소장은 “교정선교는 교정시설 안에서만 하는 것이 아닌 출소 이후에도 복음을 전하는 것”이라며 “재소자는 교정시설에서 양육을 받고 실질적으로 복음을 따르는 삶은 시설 바깥에서 이뤄진다”고 전했다. 이어 “현재 한국에서는 출소자들에게 관심을 두지 않는다. 교회가 이들에게도 끝까지 관심을 갖는 것이 교정 선교사의 자세”라고 덧붙였다.

김동규 기자 kky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