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장기요양보험 1%대 인상… 국민 부담 고려 ‘사실상 동결’

입력 2023-11-01 04:03
이기일 보건복지부 1차관이 3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4차 장기요양위원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병들고 쇠약한 노인을 국가가 대신 돌보는 장기요양보험에 대해 정부가 내년도 보험료율을 전년 대비 1.09% 올리기로 했다. 고령화 속도가 빨라지고 노인 요양 수요도 늘어나면서 재정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함이지만, 물가와 금리 인상 등 부담을 고려해 소폭 인상하는 데 그쳤다.

보건복지부는 정부서울청사에서 ‘제4차 장기요양위원회’를 개최하고 내년도 장기요양보험료율을 소득의 0.9182%(건강보험료의 12.95%)로 결정했다고 31일 밝혔다. 2018년도 이후 최저 인상폭이다. 내년에는 가입자 세대당 월 평균 보험료가 182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장기요양보험은 만 65세 이상 또는 65세 미만 노인성 질병(치매, 뇌혈관성 질환)을 겪는 이들을 대상으로 한다. 소득에 상관없이 6개월 이상 스스로 일상생활을 할 수 없을 때 등급을 부여해 지원한다. 집에 머물면서 요양보호사가 방문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재가급여’와 시설에 입소해 지내는 ‘시설급여’ 등으로 분류된다. 보험료는 건강보험료에 일정 비율을 곱해 납부하는 방식이다.

복지부는 국민 부담을 줄이기 위해 내년도 인상 폭을 최소화했다는 설명이다. 윤석열정부 들어서 보험료 인상폭은 크게 줄었다. 2020년 24.4%에서 2021년 15.6%로 줄었고 2022년 8.5%, 올해 5.9%에 머물다가 내년도는 1%대로 사실상 동결한 것이다. 소득 대비 보험료율로 따져보면 2021년 0.7903%, 2022년 0.8577%였고 올해 0.9082에서 내년 0.9182%다. 복지부는 “어려운 경제여건을 고려해 최저 수준 인상률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건강보험료율 역시 동결한만큼, 내년 총선을 앞두고 인상 폭을 키우지 않은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인상된 보험료율은 서비스 질 강화에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복지부는 앞서 낯선 시설 대신 집에서 노후를 맞을 수 있도록 재가급여를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를 위해 지원되는 재가급여는 중증(장기요양 1·2등급)의 경우 이용한도액을 인상하기로 했다. 올해 기준 시설급여 대비 74~77%만 지급하던 재가급여는 내년 80~82% 수준으로 인상한다. 요양보호사 처우 개선을 위해 ‘선임요양보호사’ 수당 15만원도 지급한다.

장기요양보험 재정은 초고령화사회 진입을 앞두고 경고등이 켜진 상태다. 수급자가 급속도로 늘기 때문이다. 복지부에 따르면 2020년 85만8000명이던 수급자는 지난해 처음 100만명을 넘긴 101만9000명을 기록했다. 내년도 수급자는 110만명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복지 서비스 확대로 수혜 대상자 요건이 완화되고, 보장 수준도 강화되면서 보험급여 규모도 꾸준히 증가하는 상황이다.

앞서 지난달 국회 예산정책처는 올해 적용된 보험료율(0.9082%)을 그대로 적용했을 때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그 결과 재정수지는 2026년부터 적자가 지속되고 지속준비금은 2031년 소진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동결 시 당장 내년부터 적자가 시작될 것이라고 봤지만 올해 인상으로 급한 불은 끌 수 있게 됐다. 내년도 편성된 국고지원금도 전년 대비 11.8% 증가해 그나마 숨통이 트인 상태다.

김유나 기자 spr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