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 겨울나기 돕겠다… 공장 다시 돌린 남선연탄

입력 2023-11-01 04:09
한 인부가 31일 광주 남구 송하동 남선연탄 공장에서 석탄가루를 운반하고 있다.연합뉴스

“점점 추워지는데 살갑게 지내온 이웃을 그냥 두고 볼 수 없네요.”

광주 남구 송하동에 있는 남선연탄이 폐업 결정한 지 4개월여 만에 연탄 생산을 재개했다. 겨울철을 앞둔 광주·전남 지역 취약계층의 남모를 고충을 덜어주기 위해서다.

㈜남선 연탄사업부 소속 남선연탄은 31일 “기온이 급격히 떨어지는 계절을 맞은 영세민들이 따뜻하게 겨울나기를 하도록 돕는 차원에서 지난 16일부터 생산설비를 한시적으로 가동하고 있다”고 밝혔다.

송하동 송암공단 내 터줏대감인 남선연탄은 이를 위해 얼마 전 퇴직금과 함께 내보냈던 6~7명의 직원을 임시직으로 다시 채용해 하루 3만~4만장의 연탄을 찍어내고 있다. 전성기보다 훨씬 낮은 수준이지만 연탄을 주된 난방 수단으로 삼는 광주·전남 지역 쪽방촌 등 4500여 가구에 공급하기에는 충분한 물량이다.

‘당분간’이라는 꼬리표를 달았지만 광주·전남에서 유일한 남선연탄의 재가동은 주머니 사정이 가벼운 서민들에게 가뭄 속 단비 같은 희소식이 되고 있다. 천정부지로 치솟은 기름값과 덩달아 오를 기미를 보이는 전기료 등에 비해 훨씬 저렴한 비용으로 혹한기를 보낼 수 있기 때문이다.

광주·전남의 마지막 연탄공장이던 남선연탄은 쌓이는 적자를 감당하지 못해 지난 6월 햇수로 개업 70년 만에 문을 닫기로 하고 폐업절차를 밟아 왔다. 전성기인 1970, 80년대 총 4개의 생산라인에서 하루 평균 40만장, 해마다 1억장 이상의 연탄을 밤낮없이 생산했지만 연탄 수요가 급격히 줄면서 운영난이 가중됐다. 또 ‘석탄가루가 날린다’는 주변 주택가 주민들의 민원도 끊이지 않아 골머리를 앓았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