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 찔린 민주당, ‘메가 서울’ 이슈에 “마냥 반대할 수도 없고”

입력 2023-11-01 00:03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지난 30일 국회 당 사무실에서 최고위원회의를 하고 있다. 이병주 기자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의힘이 기습적으로 꺼내든 ‘메가 서울’ 프로젝트를 총선용 포퓰리즘으로 규정했다. 그러나 허를 찔렸다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국민의힘의 구상이 민주당 소속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추진하는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설치’에 대해 역공을 가한 것이라 당혹감도 느껴진다.

민주당 지도부 의원은 31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경기도 김포의 서울 편입 추진은 내년 총선을 노린 ‘선거용 전략’에 지나지 않는다”면서 “신중한 검토와 논의 없이 툭 던져보고, 안 되면 책임지지 않겠다는 것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30일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김포 서울 편입’ 구상을 밝혔을 때도 “뜬금없는 발표”라며 “행정구역 개편은 굉장히 신중하게 검토할 사항”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국민의힘의 공격적인 이슈 몰이에 김포 등 민심이 출렁이는 것으로 판단되자 민주당 내부에서는 불안감도 엿보인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야당이 반대하기를 바라고 던진 야비한 술수이긴 하지만 우리가 마냥 반대만 할 수 없다”면서 “우선 신중히 검토한다는 입장을 견지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지도부 다른 의원도 “민주당이 반대할 경우 서울 편입에 찬성하는 경기도 일부 지역 주민들이 민주당을 향해 강한 분노를 표출할 것이라는 게 국민의힘의 노림수”라며 “이번 사안을 신중하게 지켜보고 있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경기도민들이 국민의힘의 ‘메가 서울’ 프로젝트를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여론 추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민주당은 ‘메가 서울’ 프로젝트가 김포 일부 시민들을 잠시 들썩이게 할 수는 있지만 이번 구상에서 제외된 경기도 다른 지역 주민들에게는 오히려 반감을 부를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민주당 정책위원회 고위 관계자는 “‘메가 서울’은 경기도민을 갈라치기하는 치졸한 포퓰리즘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며 “서울 편입 문제는 지방자치 차원에서 접근해야 하는 이슈이기 때문에 중앙정치권이 ‘통합하라, 마라’ 얘기할 수 있는 성질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면서 “해당 지역 주민들의 의사도 중요하지만 경기도지사와 서울시장·김포시장이 어떤 판단을 하는지도 중요한 변수”라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서울 편입과 관련해 실제 김포 내에서는 부정적인 기류도 만만치 않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김포시지역위원회 관계자는 “여당이 던진 이슈에 민주당이 반응해 판을 키워주거나 찬반 구도에 들어갈 필요가 없다”면서 “김포시민들 사이에서는 ‘농락당했다’는 반응이 많다”고 전했다.

박장군 이동환 기자 genera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