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탄 메고 오는 봉사자 보면 미안하고 고마워”

입력 2023-11-01 03:03
올해 구순을 맞은 최영무 어르신이 서울 노원구 백사마을 자택에 설치된 연탄난로에 연탄을 교체하고 있다. 밥상공동체·연탄은행 제공

서울 노원구 백사마을에 거주하는 최영무(90) 어르신은 올겨울을 지낼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걱정근심이 밀려온다. 갈수록 줄어드는 연탄 후원 때문에 올해 겨울을 어떻게 보낼까 싶어서다. 해가 갈수록 여름은 더 더워지고 겨울은 더 추워지는 터라 여간 걱정이 아니다.

최씨는 31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나이 90세가 되니 겨울이 되면 아침저녁으로 삭신이 쑤시고 추위를 더 심하게 느낀다”며 “집이 산 아래 있다 보니 단열과 통풍에 취약하다. 겨울이 다가오는 게 무섭다”고 말했다.

집의 보온을 위해 최씨는 지난해 연탄난로를 추가로 구비했다. 하지만 연탄을 구입할 형편이 되지 않아 최대한 아껴야 하는 상황이다. 그가 따뜻한 겨울을 보내려면 한 달에 연탄 200장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최씨는 어려운 상황에서 자신과 같은 이웃에게 관심을 가져주는 후원자와 봉사자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잊지 않았다. “많은 분이 연탄을 지원해줘서 매번 고마운 마음을 느끼고 있다”며 “올해도 많은 관심을 가져주면 좋겠다. 여러분 덕분에 겨울을 날 수 있다”고 했다.

최씨와 같은 마을에서 47년째 사는 박송자(83) 어르신도 어렵기는 매한가지다. 허리 수술을 세 번이나 했지만 차도가 없었고 오히려 다리는 더 불편해졌다. 집에서 잘 나가지 않지만 가끔 밖을 나가야 할 때면 지팡이 없이 거동은 상상하기도 어렵다. 물을 마시기 위해 잠시 일어나는 것도 여의치 않다.

밥상공동체·연탄은행(대표 허기복 목사)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7만4000여 가구가 연탄을 사용하고 있다. 서울의 경우 1827가구가 연탄을 뗀다. 백사마을 어르신의 평균 연령은 80세가 넘는다. 이들의 경제적 형편은 여의치 않다. 매서운 한파를 견디려면 연탄 나눔과 후원이 절실하다. 연탄은행은 올겨울 연탄 300만장 나눔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연탄사용가구 대부분은 이르면 8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 연탄을 사용한다. 연탄은행은 교회와 성도들의 적극적인 연탄 나눔 동참을 요청하고 있다.

박씨는 특히 연탄 봉사자들에게 너무 고맙다고 했다. 그는 “봉사자들이 연탄을 지게에 메고 오는 모습을 보면 미안함과 큰 고마움을 느낀다”며 “후원자들에게 감사하다. 여러 방면으로 도와주시는 분들 덕분에 올겨울을 따뜻하게 날 수 있다”고 전했다.


유경진 기자 yk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