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읽는 예수의 비유] <33> 돌아온 탕자

입력 2023-10-31 03:07
돌아온 탕자를 반기는 아버지.

어떤 사람에게 두 아들이 있다
하루는 작은아들이 제 몫의 유산을 챙겨
아버지의 품을 떠나 먼 나라로 간다
그는 허랑방탕하여 가진 재산을 모두 탕진한다

돈 한 푼 없는데 그 나라에 흉년까지 들어
작은아들은 끼니조차 제대로 이을 길이 없다
할 수 없이 어떤 집에 더부살이하며 돼지를 치고
쥐엄나무 열매라도 먹으려 했지만 그마저 여의치 않다

아, 내가 하늘과 아버지께 큰 죄를 지었구나
이젠 아버지 집에 돌아가 품꾼으로라도 살아가리라
아버지는 돌아오는 작은아들을 멀리서 보고 달려가
껴안고 입 맞추며 살진 송아지로 잔치를 벌인다

그런 잔치 소식을 들은 큰아들이 불평한다
아버지가 큰아들을 다독이고 타이르며 말한다
네 동생은 죽었다가 살았고 잃었다가 얻었으니
잔치를 베풀어 함께 기뻐하는 것이 마땅하다

◇유명한 ‘돌아온 탕자’ 비유다.(눅 15:11~32) 유대인의 율법에 따르면(신 21:17) 큰아들은 다른 형제들에 비해 두 몫의 유산을 분배받는다. 따라서 여기서 작은아들은 아버지 유산의 3분의 1을 받았을 것이다. 유산의 상속은 아버지의 장례 이후에 행해지는 것이 오랜 관습이다. 그 전에 자기 몫의 유산을 주장하는 것은 아주 불효한 행동이다. 작은아들은 아버지 가슴에 대못을 박고 아버지 품을 떠나 제멋대로 살다가 인생을 망가뜨린 탕자다. 이 ‘탕자’는 유대인 중 멸시받던 세리, 창녀, 죄인(넓게는 이방인)을 가리킨다. 아버지 곁을 지킨 ‘큰아들’은 스스로 의롭다고 생각한 유대의 종교 지도자들(넓게는 선민 이스라엘)을 가리킨다. 이 비유의 핵심은 ‘잃었다가 되찾은 기쁨’이다. 그래서 전부를 탕진했어도 결국 아버지의 품으로 돌아온 탕자는 아버지의 크고 넘치는 기쁨이다.

김영진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