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호찌민시에서 60㎞쯤 떨어진 띠엔장성에는 11만평 규모의 한세 TG법인이 자리잡고 있다. 한세실업의 의류 생산 기지인 이곳은 ‘IT 기업’을 자처할 만큼 생산 전 단계에 디지털·자동화 기술을 적극 도입하고 있다. 이 덕분에 4200여명의 직원이 한해에만 4500만장의 옷을 생산해낸다. 총 11동의 공장 중 일부는 한세의 노하우를 활용해 개별 고객사를 위한 ‘전문공장’으로 운영하고 있다.
최근 방문한 TG법인의 8공장은 미국의 A브랜드 전문공장이다. 이곳은 무거운 원단을 사용하는 브랜드 특성 때문에 자동화가 가장 많이 이루어진 공장이다. 20㎏에 달하는 원단을 사람이 아닌 리프트 기계가 들어올리고, 각 공정별 생산물을 ‘행거라인’으로 옮기고 있었다. 행거라인은 옷걸이에 걸린 옷을 공중에 설치한 라인을 따라 다음 공정으로 이동시키는 기계다.
최근에는 수십장의 원단을 도면에 따라 자동으로 잘라주는 자동 재단기도 도입했다. ‘의류업은 한 푼, 두 푼이 회사 손익을 결정짓는다’는 신념을 가진 김익환 한세실업 부회장이 개당 2억원에 이르는 거액의 설비를 들인 이유는 분명하다. 오작업으로 낭비되는 원자재 비용과 인건비 절감.
이런 공정 자동화를 통해 근로자 1인당 생산성을 약 15% 끌어올렸다고 한다. 봉제 작업자들의 옆에는 업무 효율을 측정하기 위한 개인정보단말기(PDA)가 하나씩 놓여있었다. 이 화면에 작업자 개개인의 일·월간 생산량과 인센티브가 나타난다. 저효율자는 사흘간 별도의 교육을 받게 한다. 공장 내에 설치된 17개의 TV 모니터에는 개별 작업자의 집계한 공장 전체의 효율을 띄워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다.
특히 개인의 작업 성과를 두 눈으로 확인하면서 인력 구조를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게 됐다. 이전에는 경력이 길수록 작업이 빠를 것이라는 기대 때문에 임금이 높은 장기 근무자를 유치하기 위해 노력했는데, 직접 측정해보니 나이가 어려 체력이 좋은 저연차 직원들의 업무 효율이 더 높았다고 한다. 이후 연차가 낮은 직원의 수를 늘려 ‘피라미드형’ 구조로 전환하면서 인건비는 낮추고 생산력은 높였다.
일본의 B브랜드 전문공장인 1공장에는 각 라인의 끝에 빨간 옷을 입은 검수 인력이 눈에 띄었다.
일반 공장은 품질 검사를 3번 만에 마치지만, 이곳은 완제품의 품질을 깐깐하게 따지는 일본 고객사의 눈높이에 맞춰 총 5번의 검품을 거치도록 설계했다. 목표 불량률은 0.0125%다. 향후 완제품에 쇠붙이가 들어갔는지 검사하는 단계까지 추가할 계획이다.
패션업계의 화두인 ESG 기준을 충족하기 위한 친환경 설비도 확대하고 있다. 폐기되는 샘플 원단을 줄이기 위해 도입한 ‘3D 샘플 시스템’이 그 예다. 원단을 염색·생산하는 C&T법인에는 빗물을 재사용하는 빗물 저장 시스템과 자체 폐수 정화 시스템까지 갖췄다.
C&T법인 관계자는 “2027년까지 탄소배출을 60%, 용수 사용을 50% 절감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호찌민=글·사진 구정하 기자 g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