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단협 반년째 불발… 포스코 창사 첫 파업 기로

입력 2023-10-31 04:02
포스코노동조합이 지난 6일 오후 전남 광양제철소 앞에서 쟁의대책위원회 출범식을 개최하고 있다. 연합뉴스
포스코가 창립 55년 만에 처음으로 파업 갈림길에 섰다.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협상이 반년 가까이 공회전을 거듭하는 사이 노동조합은 파업권을 협상의 ‘무기’로 확보했다. 포스코 노조가 쟁의행위를 결의한 것은 1968년 창사 이래 처음이다.

포스코 노사는 지난 5월 24일 임단협 상견례를 하고 이달 5일까지 총 24회에 걸쳐 교섭을 진행했지만 양보 없이 팽팽히 맞섰다. 협상이 평행선을 달리자 노조는 지난 10일 중앙노동위원회에 조정 신청서를 냈다. 30일 중노위 조정 기간 만료를 하루 앞두고 노조는 쟁의행위 결의 찬반 투표를 하며 파업권으로 ‘배수진’을 쳤다. 통상 민주노총 금속노조 산하의 현대차·기아 노조 등 강성 노조에서 쓰는 수법이다. 포스코 노조는 올해 진통 끝에 민노총 금속노조를 탈퇴하고 현재 한국노총 금속노련 소속 노조가 대표 교섭단체를 맡고 있다.

포스코 노조가 강성 성향인 민노총을 탈퇴한 직후 파업권을 확보한 것은 실제 파업에 돌입하기보다는 사측을 압박하는 ‘협상 카드’일 공산이 크다. 김성호 포스코 노조위원장도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앞두고 “파업은 최후의 수단이다. 압도적인 찬성률이 나와야 교섭의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포스코 노조는 쟁의행위를 실행할 수 있는 법률적 조건을 충족한 상태다. 사측과의 교섭 참여, 조합원 찬반 투표(찬성률 75.07%), 중앙노동위원회 조정 절차 등을 모두 이행했기 때문이다.

포스코 노사가 협상을 24차례나 벌였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한 핵심 쟁점은 결국 ‘돈’이다. 노조는 기본급 13.1%(평균 38만8677원) 인상, 조합원 대상 일시금 자사주 100주 지급 등 강도 높은 안을 제시했다. 목표 달성 시 성과금 200% 지급을 골자로 한 성과 인센티브(PI) 제도 신설 등 임금성 요구안은 21건, 단협 수정안도 60여건을 담았다. 지난해 연간 경제 성장률 2.6%, 물가 상승률 5.1%, 3년간 임금 손해분 5.4% 등을 이번 임금에 반영해달라는 게 노조의 요구다.


사측은 노조가 열거한 약 60개의 조건을 모두 수용하려면 1조6000억원 규모의 비용을 추가로 지출해야 한다며 난색을 표했다. 지난해 태풍 피해로 포스코가 막대한 손실을 본 데다, 최근 철강 시황 부진으로 제품 생산과 판매가 감소하는 상황에서 노조의 요구가 과하다는 입장이다.

대신 사측은 지난 5일 협상에서 기본급 16만2000원 인상(직급에 따라 6.4~7.2%), 주식 400만원어치 지급, 현금 150만원 지급, 유연근무제를 활용한 격주 주4일제 등 개선안을 최종 제시했다. 경영 성과금 제도 개선, 복리후생 제도 개선 등과 관련한 노사합동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협의하자고 제안했지만 노조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현재로서는 가능성이 낮지만 포스코 노조의 파업이 현실화해도 공장은 완전히 멈추진 않는다. 포스코 노사는 단협에 기초해 쟁의행위에 참여할 수 없는 ‘협정 근로자’를 둔다. 또한 쇳물 공정 노동자는 노조법상 파업이 제한된다.

황민혁 기자 okj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