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30일 광주 국립5·18민주묘지를 방문해 무릎을 꿇고 참배했다.
5·18 단체들은 인 위원장에게 5·18민주화운동의 헌법전문 수록과 5·18 유공자들의 국가유공자 승격을 요청했다. 이에 대해 인 위원장은 “꼭 전달하고 관철되게 최선을 다하겠다”고 답했다.
인 위원장은 이날 오전 혁신위원 12명 전원과 함께 광주 북구에 있는 국립5·18민주묘지를 방문했다. ‘인요한 혁신위’가 출범한 이후 첫 공식 외부 일정이었다.
인 위원장은 참배에 앞서 방명록에 ‘광주가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완성해가고 있읍니다’라고 썼다. 인 위원장은 서술어 ‘있습니다’를 ‘있읍니다’로 적은 데 대해 “글씨도 잘 못 쓰고, 묘지 앞에서 말문이 막혔다”면서 “도저히 표현하고 싶은데 표현이 나오지 않아 죄송하다”고 말했다.
인 위원장은 5·18민주항쟁 추모탑으로 이동해 헌화·분향을 한 다음 5·18민주묘지 관계자의 안내를 받아 행방불명자 묘역을 찾았다. 인 위원장은 행방불명자 묘역에서 헌화한 뒤 오른쪽 무릎을 꿇은 채 5초 정도 묵념했다. 이를 두고 김종인 전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비상대책위원장이 통합 행보의 일환으로 2020년 8월 5·18민주묘지를 찾아 ‘무릎 사과’한 장면을 연상케 한다는 평가가 나왔다.
인 위원장은 참배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광주 민주화운동은 민주주의를 발전시키는 데 큰 업적이었고, 우리 기억 속에 남아 있다”며 “유대인들이 한 말을 빌리자면 ‘용서는 하되 잊지 말자’”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 자식들한테 광주의 의미를 잘 가르쳐서, 또 광주의 피해자 가족이나 돌아가신 분의 후손을 적극 챙겨서, 지금까지는 지방에서 잘해 왔지만 이제는 중앙에서 다 포용하고 어디에든 가서 자신의 조상이나 어머니·아버지를 자랑스럽게 이야기할 수 있는 나라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 위원장은 또 1980년 5·18민주화운동 당시 시민군 편에서 외신기자들을 위해 통역했던 일을 회고하며 “시민군 대표 말씀이 오늘날까지 귀에 쨍쨍 울린다”고 말했다. 인 위원장은 “두 가지 또렷한 기억이 남아 있다”면서 ‘북쪽을 향해서 우리를 지켜주는 총이 왜 남쪽으로 향하는지 모르겠다. 너무 원통하다’ ‘우리를 공산주의자라고 하는데 우리는 매일 애국가를 부르고 반공 구호를 외치고 하루 일정을 시작한다’는 당시 시민군 대표의 발언을 기억해 전했다.
5·18 단체(유족회·부상자회·공로자회) 측은 인 위원장을 만나 5·18민주화운동의 헌법전문 수록과 국가유공자법 개정 등을 건의했다. 황일봉 부상자회장은 “윤석열 대통령이 후보 시절 헌법전문 수록을 약속했다”며 “5·18정신 헌법전문 수록과 5·18 민주유공자의 국가유공자 승격을 건의한다”고 말했다.
인 위원장은 이날 오후에는 서울 동작구에 있는 국립현충원을 참배했다. 인 위원장은 최근 자신의 발언이 논란이 된 것을 의식한 듯 조심스러운 자세를 취했다. 인 위원장은 당과 대통령실의 관계를 재설정해야 한다는 당내 의견과 관련해 “다 각자 할 역할이 있다”면서 “나는 월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인 위원장은 또 영남권 중진 의원들의 수도권 험지 출마가 필요하다는 취지의 발언에 대해선 “영남의 훌륭한 의원들이 서울에 와서 경쟁력이 있으면 도왔으면 좋겠다(는 의미)”라며 “이름을 거명한 것도 없다”고 말했다.
구자창 박성영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