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더블폰 시장에서 독주하던 삼성전자가 위태롭다. 중국 업체들이 잇따라 저가형을 내놓으면서 폴더블폰 시장에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당장 올해 삼성전자의 시장 점유율 하락이 예상된다. 폴더블폰을 스마트폰 사업의 핵심으로 내세운 삼성전자로서는 시장 우위를 이어나갈 방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삼성전자가 그동안 유지해오던 ‘폴더블폰=프리미엄’ 전략을 내려놓고 보급형 모델 출시를 고려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30일 시장조사업체 DSCC에 따르면 글로벌 폴더블폰 시장에서 삼성전자 점유율은 지난해 79%에서 올해 59%로 낮아질 전망이다. 반면 화웨이·아너·오포·모토로라 등 중국 4개 업체의 폴더블폰 합산 점유율은 같은 기간 20%에서 34%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업체들의 약진으로 삼성전자의 입지가 작아지는 셈이다.
실제 중국 업체들은 폴더블폰 신제품 공세를 펼치면서 삼성전자를 위협하고 있다. 화웨이는 지난 4월 메이트X3를 출시한 데 이어 지난달 메이트X5를 공개했다. 화웨이는 갤럭시 Z폴드5보다 얇은 두께를 경쟁력으로 내세웠다. 메이트X5의 두께는 11.1㎜로 갤럭시 Z폴드5(13.4㎜)보다 얇다. 아너도 지난달 매직V2를 공개하며 Z폴드5(253g)보다 가벼운 무게(231g)를 앞세워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삼성전자는 폴더블폰을 최초로 내놓은 뒤 무게와 두께를 줄이며 기술력을 과시해왔다. 그러나 중국 업체들의 폴더블폰 기술력이 상향 평준화하면서 삼성전자의 시장 선점 효과도 종착역에 다다랐다는 평가가 나온다.
‘폴더블폰은 고가의 프리미엄폰’이라는 인식을 만들어 수익성을 끌어올렸던 삼성전자의 가격 전략도 소비자들로부터 외면받을 위기에 처했다. 중국 업체들이 ‘가성비’ 전략을 택하며 제품을 출시하면서다. 레노버의 스마트폰 브랜드 모토로라는 599달러짜리 중가격대 폴더블폰 레이저 2023을 출시하며 보급형 시장을 적극 공략하고 나섰다. 화웨이도 내년 보급형 폴더블폰을 새로 내놓을 예정이다.
정보통신(IT)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폴더블폰 시장 점유율을 지키기 위해 보급형 수요를 정조준할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는다. 삼성전자는 이미 스마트폰 수요 위축에 대비하기 위해 3년 만에 ‘갤럭시 S23 FE’를 국내에 선보이기로 했다. 이런 흐름에 맞춰 폴더블폰에도 보급형 모델을 추가하는 데 무게가 쏠리고 있다. 해외 IT매체 샘모바일은 삼성전자가 갤럭시 Z 라인업에 보급형 모델을 추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샘모바일은 “화웨이가 저렴한 플립폰 개발 계획을 세운 가운데 삼성전자도 이 같은 움직임을 따를 것 같다”고 말했다.
일단 삼성전자는 한정판 모델을 통해 폴더블폰 흥행을 이어나가겠다는 전략이다. 삼성전자는 이날 ‘애니콜 벤츠폰’(SGH-E700)을 재해석한 한정판 ‘Z플립5 레트로’를 다음 달 1일부터 한국과 영국, 프랑스, 독일, 스페인, 호주에서 한정 판매한다고 밝혔다.
전성필 기자 f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