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올해 국정감사 과정에서 직원들의 ‘밤샘 대기’ 관행을 없애 부처 내에서 호평을 받고 있다.
30일 기재부에 따르면 직원들은 매년 국감 전날 사무실에서 밤을 새우며 대기해야 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의원들의 국감 질의서가 입수되는 대로 답변을 작성해야 하기 때문이다. 각 의원실이 보통 국감 직전에 질의서 작성을 마무리한 탓에 직원들의 무한 대기 관행은 오랫동안 이어져 왔다.
지난 5일 추 부총리가 주재한 타운홀 미팅에서 국감 대기 시간을 줄여달라는 젊은 직원들의 건의가 쏟아졌다. 어린 자녀를 둔 사무관이나 서기관들은 주로 육아 문제를 언급했다. 아이를 돌볼 사람이 없어 곤란하다는 것이다.
추 부총리는 이런 목소리를 수용해 국감 전날 오후 11시 30분까지만 대기하다 퇴근하고 국감 당일 오전 7시부터 다시 답변을 작성하라고 지시했다. 올해 기재부 국감은 19~20일, 26~27일 두 차례 이뤄졌다. 관행대로라면 최소 4일간 밤샘 야근을 해야 했지만 올해는 조기 퇴근이 가능해졌다. 한 기재부 직원은 내부 게시판에 “국감 때마다 어쩔 수 없는 것은 알지만 아이 때문에 피가 마를 때가 많았다”며 “미리 공지를 해줘 감사하다”고 남겼다.
추 부총리는 기재부 1차관과 여당 재선 의원을 거쳐 1년 반가량 장관직을 맡고 있다. 내부 사정을 잘 아는 추 부총리가 직원들의 애로사항을 최대한 반영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일부 직원은 대기 해제 시간을 오후 6시로 더 앞당겨야 한다고 주장한다. 기재부 관계자는 “내부 의견 수렴 과정을 더 거치겠다”고 말했다.
세종=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