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포 속옷·분변·연갑자·경책… 무슨 말인가요

입력 2023-10-31 03:01

종교개혁은 성경 번역사와 흐름을 같이 했다. 12세기 프랑스에서 시작된 순복음적 신앙노선을 따른 왈도파가 남프랑스 방언으로 성경을 번역한 이후 14세기 존 위클리프가 영어 성경을, 15세기에는 얀 후스가 체코어 성경을 번역했다. 마르틴 루터는 16세기 독일어 성경을 펴내면서 사제들의 전유물이던 성경을 민중에게 선물했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였다. 성경 66권 전체가 우리말로 번역된 건 1911년으로 선교 26년 만이었다. 이후 ‘셩경개혁(1938년)’ ‘성경전서 개역한글(1961년)’ ‘개역개정(1998년)’이 차례대로 번역됐다.

여러차례 개정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어려운 표현이나 단어가 적지 않다. 새신자는 물론이고 젊은세대도 이해하기 어렵다. 성경뿐 아니라 100년 넘게 관행처럼 굳어진 교회와 노회의 각종 회의 용어들이 대표적이다.

‘반포 속옷(출28:4)’ ‘분변(눅12:56 등)’ ‘연갑자(갈1:14)’ ‘경책(시103:9 등)’ 등은 사전을 펴놓지 않고선 뜻을 가늠하기 힘든 용어들이다. 반포 속옷은 ‘겉옷 안에 받쳐 입는 발목까지 내려오는 의복’을, 분변은 ‘세상 물정에 대한 바른 판단’ 등을 뜻한다(표 참조).

맞춤법 표기법이 바뀌면서 문법적으로 수정돼야 하는 단어도 있다.

출애굽기 15장 10절에 나오는 ‘납 같이’는 바뀐 띄어쓰기 규칙에 따르면 ‘납같이’가 맞는다. ‘나일 강’ ‘요단 강’도 붙여 써야 한다. 누가복음 19장 8절에 등장하는 ‘네 갑절’은 ‘네 곱절’의 오기다. 갑절은 모든 수나 양을 두 번 합한 것을 뜻하기 때문이다.


대한성서공회는 이런 현실을 고려해 개역개정판 수정 작업과 함께 ‘새한글성경’ 집필에 착수했다. 새한글성경은 쉬운 표현이 눈길을 끈다. 일례로 요한복음 13장 14절(사진)은 “그러므로 ‘주’이고 ‘선생’인 내가 직접 그대들의 발을 씻어 주었으니, 그대들도 또한 서로서로 발을 씻어 주어야 해요”라고 번역됐다.

쉬운 말 성경은 세계교회의 추세다. 독일은 마르틴 루터 번역본에 뿌리를 둔 ‘루터 비벨’이 어렵다 보니 어린이들을 위해 ‘바시스 비벨’을 펴냈다.

‘천서(추천)‘ ‘흠석사찰(안전요원)’ ‘증경(전)’ 같은 회의 용어도 순화해야 한다.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총회는 2019년에는 천서위원회를 ‘총대 자격심사위원회’로 고쳤다. 예장고신 총회도 2015년 용어 개혁을 단행해 ‘헌의’는 ‘상정’으로, ‘촬요’는 ‘요약’으로 바꿔 사용하고 있다.

이두희 대한성서공회 번역담당 부총무는 30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개역개정판은 혼신의 노력을 기울인 성경 번역의 결정체이지만 시대에 따라 언어도 변하기 때문에 새로운 번역이 필요하다”면서 “쉬운 말 성경이 교회 장벽을 낮추고 젊은세대와 새신자에 친화적으로 다가갈 수 있어 소통의 길을 더 넓힐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글·사진=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