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요한 혁신위원장이 1호 혁신안으로 당내 징계를 받았던 ‘이준석·홍준표 사면’을 띄운 데 이어 ‘영남 중진 험지 출마론’을 꺼내 들자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찬반이 교차하고 있다.
인 위원장의 드라이브가 통합·쇄신을 위한 행보이며, 국민의힘 내부에 신선함을 불어넣고 있다는 긍정적 평가가 나온다. 그러나 후폭풍 조짐도 있다. 사면 대상으로 언급된 이준석 전 대표와 홍준표 대구시장은 거세게 반발했다. 영남 중진의원들의 수도권 험지 출마론에 대해서도 “중진들이 자발적으로 택해야지 떠밀리다시피 나갔다가는 다 죽는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인요한 혁신위’는 지난 27일 첫 회의를 열고 ‘통합 대사면’을 1호 안건으로 정했다. 사면 대상자는 당내 징계를 받은 이 전 대표(당원권 정지 1년6개월), 홍 시장(당원권 정지 10개월), 김재원 전 최고위원(당원권 정지 1년) 등이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곧바로 페이스북을 통해 “인요한 혁신위, 출발이 좋다”며 “우리 당은 혁신위 제안을 즉각 수용하길 바란다”고 환영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정작 사면 대상자들이 반발하면서 인 위원장은 머쓱해졌다.
이 전 대표는 “징계 자체가 말이 되지 않는 것인데, 이를 또 사면한다는 것은 도무지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 “혁신위가 권력의 횡포 등 본질적인 문제를 지적하지 못하고, 갑작스럽게 사면 카드를 꺼내 들면서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고 밝혔다.
홍 시장은 29일 페이스북 글을 통해 “말도 안 되는 사유를 들어 징계하는 모욕을 주고 이제 와서 사면하겠다는 제스처를 취한들 내가 그것을 받아주겠나”라고 반문했다.
인 위원장이 최근 언론 인터뷰를 통해 TK(대구·경북)와 PK(부산·경남·울산)의 중진들이 수도권 험지에 출마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한 것도 파장을 낳고 있다. 차출 대상 중진으로는 김기현 대표(4선·울산 남을)와 주호영 의원(5선·대구 수성갑)이 거론됐다.
이에 대해 한 초선 의원은 “수도권 위기론이 확산되는 상황에서 총선 승리를 위해 ‘자기 희생’을 하겠다는 중진이 많이 나오면 수도권 기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러나 반대 입장도 거세다. 한 영남권 의원은 “중진 차출이라는 것은 ‘자발적인 희생’이 전제돼야 힘을 발휘하는 것인데, 혁신위에 끌려 억지로 출마한다는 인상을 줄 경우 오히려 역효과를 낼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의원은 “이미 출마를 준비 중인 인사들이 있을 텐데 중진 의원이 갑자기 수도권 특정 지역구에 나서면 내분이 빚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혁신위의 초반 행보에도 평가가 엇갈린다. 한 재선 의원은 “원래 혁신을 하다보면 잡음이 나오는 것”이라며 “지금은 신중하게 ‘인요한 혁신위’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PK 지역 한 의원은 “‘인요한 혁신위’가 급발진하는 것 같은 인상을 주기 시작했는데, 그러다가 예기치 않은 사고가 발생하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주장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