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어음 한도 줄어드나… 카카오 불똥 맞은 한투

입력 2023-10-30 04:04
뉴시스

카카오 사태로 카카오뱅크 2대 주주인 한국투자증권의 속이 타들어 가고 있다. 카카오뱅크 주가 하락 여파로 유동성 창구가 막힐 수 있기 때문이다.

2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한투증권의 올해 2분기 말 기준 발행어음 잔액은 13조3836억원이다. 지난해 말 11조232억원에서 반년 만에 2조원 이상 불어났다. 발행어음은 증권사가 자금 조달을 위해 자체적인 신용을 바탕으로 발행하는 만기 1년 이내 단기 금융상품이다. 자기자본 4조원 이상 초대형 투자은행(IB) 중 발행어음업 인가를 받은 증권사가 자기자본의 200% 한도까지 발행할 수 있다.

수신 기능이 없는 증권사 입장에서 발행어음은 ‘손쉬운’ 유동성 확보 창구가 됐다. 투자 대상 자산에 대한 규제도 허술했다. 부실 자산을 편입시켜 손실을 숨기기 위한 도구로도 활용됐다. 이에 대형 증권사들은 발행어음 한도를 늘리려고 자기자본 규모를 공격적으로 불려왔다.

자기자본이 6조3000억원 수준이던 한투증권은 지난해 말 지주와 자회사인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이 보유한 카카오뱅크 지분을 모두 취득했다. 당시 발행어음 잔액은 12조원으로 한도까지 6000억원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었다. 그러나 카카오뱅크 지분 매입과 유상증자 등을 통해 자기자본이 8조원까지 늘었다. 발행어음 한도도 3조원 이상 확대됐다.

그러나 카카오 사태로 카카오뱅크 주가가 폭락하며 한투증권의 자기자본 축소가 나타날 가능성이 커졌다. 카카오뱅크 지분 매입 당시 주가는 2만6350원이었지만 지난 27일엔 28.7% 하락한 1만8780원까지 내렸다. 한투증권은 수천억원대 카카오뱅크 지분 평가손실을 입게 됐다. 연말까지 주가 회복이 어려울 경우 발행어음 한도도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고 발행어음 잔액을 줄이기도 쉽지 않다. 투자 자산이 당장 발을 뺄 수 없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 묶여 있는 탓이다.

규제 리스크도 있다. 카카오가 법적 처벌을 받아 카카오뱅크 지분을 10%까지 줄이면 카카오뱅크 대주주 지위는 카카오보다 1주 적은 한투증권으로 넘어간다. 이 경우 한투증권을 자회사로 둔 한국금융지주는 은행지주회사로 변경되고 강화된 규제를 적용받는다.

임송수 기자 songst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