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는 지난 27일 심장병으로 별세한 리커창 전 국무원 총리를 애도하는 분위기가 사흘째 이어졌다. 리 전 총리의 고향집에는 조문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아 조화가 동났을 정도다. 이를 촬영한 영상에는 “인민들의 좋은 총리였다”고 그를 기리는 댓글이 줄줄이 달렸다.
대만 중앙통신사는 29일 “안후이성 허페이시의 리 전 총리 생가에 헌화하려는 행렬이 이어지고 있고 조화가 동나 외지에서 배송할 정도로 추모 열기가 높다”고 전했다. 엑스(옛 트위터) 등에는 조문객들이 리 전 총리 생가 앞에서 고개 숙여 인사하고 눈물을 흘리는 영상이 공개됐다.
그러나 중국 관영 매체는 당국이 공식 발표한 리 전 총리 부고 외에 그의 생전 활동과 업적 등을 소개하는 별도 기사는 내지 않았다. 전날까지만 해도 리 전 총리 부고는 중국 최대 포털 사이트 바이두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올랐지만 이날 갑자기 사라졌고, SNS 웨이보에서도 관련 해시태그가 검색어 순위 50위 밖으로 밀렸다.
이를 두고 중국 최고지도부가 리 전 총리에 대한 추모 분위기 확산을 탐탁지 않게 여긴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추모 열기가 현 지도부에 대한 불만 표출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중국의 여러 대학은 학생들에게 리 전 총리 추모 집회 금지령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한때 시진핑 국가주석의 정치적 라이벌이었던 리 전 총리는 시 주석 집권 10년 동안 경제 분야를 총괄하는 2인자로 있으면서 시 주석이 치적으로 내세우는 빈곤 탈피, 제로 코로나 정책의 폐해 등을 공개적으로 지적해 민심의 호응을 얻었다.
베이징=권지혜 특파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