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혈관 질환으로 숨진 병원 물리치료사의 유족이 낸 소송에서 법원이 과로와 스트레스로 인한 업무상 재해를 인정했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재판장 박정대)는 물리치료사 A씨의 어머니가 “유족 급여 등을 지급하지 않은 처분을 취소하라”며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소송을 최근 원고 승소 판결했다.
A씨는 2010년 7월 한 병원에 입사해 10년간 물리치료와 도수치료 등 업무를 맡았다. 그는 42세였던 지난 2020년 8월 퇴근 후 자택에서 쓰러져 숨졌다. 사인은 고혈압 등으로 흉부 대동맥 벽이 파열되는 ‘흉대동맥 박리’였다.
유족은 A씨가 과로로 사망했다며 근로복지공단에 유족급여와 장의비 지급을 청구했다. 하지만 공단은 2021년 11월 사망과 업무 사이 인과관계가 충분히 인정되지 않는다며 거부했고, 유족은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유족 측 손을 들어주면서 “주된 발병 원인이 업무 수행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더라도 업무상 과로나 스트레스가 질병을 유발·악화시켰다면 인과관계가 있다고 봐야 한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환자를 일대일로 대면해 근육을 풀어줘야 하는 도수치료 업무 특성상 A씨의 육체적·감정적 노동 강도가 사무직 근로자들보다 상당히 높았을 것으로 판단했다. 또 A씨는 사망 직전에 병원장으로부터 리베이트 수수 의심을 받았고, 갈등 끝에 퇴사를 결심했었다고 한다. 재판부는 A씨가 상당한 분노와 좌절감으로 정신적 부담을 받았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런 점을 고려할 때 “A씨에게 고혈압이 있었더라도 업무 부담 등으로 급격히 악화됐을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밝혔다.
신지호 기자 p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