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 세대가 우리 사회의 ‘짐’이 아닌 ‘힘’이 되도록 교육과 재취업, 사회공헌 활동을 활발하게 펼치는 단체가 이르면 내년 초 출범할 예정이다. 65세 이상 인구가 국민 5명 중 1명을 차지하는 ‘1000만 실버 시대’를 앞둔 상황에서 우리 사회가 고령 세대를 중요한 동력으로 재조명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해당 단체의 이름은 ‘시니어 파트너스’, 단체 출범을 준비하고 있는 이는 30년 넘게 진정한 가정 행복의 길을 제시해 온 송길원(하이패밀리 대표) 목사다. 송 목사는 29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유엔이 1956년 65세로 정한 고령자 기준은 현대인의 수명과 직무 수행, 활동 능력 등을 고려했을 때 너무 이른 나이에 ‘어르신’ 취급을 하게 만들고 편견까지 조장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일본 도쿄 노인의학연구소가 연구한 ‘노인의 건강과 체력’ 조사(2007년)에선 30년 사이 17세가 젊어졌다는 결과가 나왔다. 그만큼 청년과 중년으로 살아가는 시대가 길어진 셈이다. 고령 세대를 일컫는 용어에 대한 인식도 변화하고 있다. 송 목사가 지난달 10일부터 지난 2일까지 하이패밀리 방문객 1720명(1955∼1974년생)을 대상으로 인식 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 10명 중 8명(79%)이 ‘노년’이나 ‘노인’이라는 용어에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대체 용어를 묻는 문항에서는 ‘장청년(長靑年)’이 82%로 압도적인 지지를 보였다. 또 다른 선택지로 제시됐던 ‘시니어’는 ‘외국어라 생소하다’, ‘어르신’은 ‘구태의연하다’는 반응이 뒤따르며 외면을 받았다.
송 목사는 “성경이 노년의 시기를 ‘존경’의 대상으로 다루고 있는데도 교회에서조차 고령 성도는 뒷선에 머물고 소외감을 느끼는 게 현실”이라며 “시니어 파트너스를 통해 고령 세대의 사회활동을 촉진하고 교회 공동체는 물론 국가 경제에 기여할 수 있도록 견인하는 운동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단체의 모델로 삼은 것은 미국의 고령자 권익 옹호 단체인 AARP(An Ally for Real Possibilities)이다. 시니어 파트너스 공동대표인 존리 전 메리츠자산운용 최고경영자, 박상은 안양샘병원 선교원장 등과 협력해 시니어의 경험과 지혜를 청년 세대와 각 분야에서 도움을 필요로 하는 이들에게 전수할 계획이다. 송 목사는 “우리 사회의 저출산 문제가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는데 교회 내 조부모 교육을 활성화해 고령 세대가 적극적으로 문제 해결에 나서도록 돕는 방법도 모색 중”이라고 전했다.
30일에는 1박 2일간 각 분야 전문가들이 참석하는 수련회를 통해 저변 확대 전략, 발기인 모집, 사무총장 인선 과정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송 목사는 “노인(老人)을 비롯해 늙을 ‘노(老)’ 자가 들어간 말이 대부분 부정적 의미를 담고 있다”며 “같은 단어에 인생의 ‘길이 된’ 사람들을 의미하는 길 ‘로(路)’를 써서 ‘노년(路年)’ ‘노인(路人)’으로 부를 때 그들에 대한 존엄함을 인정하고 존경하는 문화를 만드는 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