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억 대작 개봉도 못할 판… ‘이선균 충격’에 영화계 초비상

입력 2023-10-30 04:04 수정 2023-10-30 04:04
마약 투약 혐의를 받는 배우 이선균씨가 지난 28일 오후 조사를 받기 위해 인천논현경찰서에 있는 인천경찰청 마약범죄수사계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던 한국 영화업계가 잇단 마약 스캔들로 더욱 침울하다. 영화 개봉이 무기한 연기되면서 제작에 투자한 예산 수백억원이 고스란히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배우 이선균 주연의 영화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포스터)’의 개봉이 무산될 가능성이 제기됐다. 영화의 주연 배우 이선균이 마약 투약 혐의로 경찰의 포토라인에 서게 됐기 때문이다. ‘탈출’의 제작과 배급을 맡은 CJ ENM은 울상이다. ‘탈출’은 제작비 200억원이 들어간 대작으로 국내에선 올 하반기 개봉을 계획하고 있었다. 회사 관계자는 “‘개봉 시기가 확실히 정해져 있던 건 아니어서 수사 상황을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며 말을 아꼈다.


CJ ENM은 올해 들어 ‘유령’ ‘더 문’ 등의 영화가 흥행 참패를 기록했고 지난달 개봉한 ‘천박사의 퇴마연구소: 설경의 비밀’도 아직 손익분기점을 넘지 못했다. 2분기에도 영화·드라마 부문 매출은 극장 매출 부진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32.2% 감소했다.

이 영화는 제76회 칸 국제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 초청돼 지난 5월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전 세계에 최초 공개됐고 프랑스 미국 독일 등 140개국에 선판매됐다. 붕괴 위기의 공항대교에 고립된 사람들이 재난 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해 극한의 사투를 벌이는 이야기를 그린 ‘탈출’은 칸에서 공개됐을 때 영화 ‘기생충’으로 세계 시장에 눈도장을 찍은 이선균, ‘신과 함께’ 시리즈의 주지훈과 김희원 문성근 예수정 김태우 등 다양한 개성을 가진 배우들이 의기투합해 완성도 높은 앙상블을 선보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앞서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배우 유아인도 넷플릭스 영화 ‘승부’와 ‘하이파이브’,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종말의 바보’ 등 여러 작품의 촬영을 이미 끝냈지만 공개가 미뤄졌다. 이 작품들을 제작하는 데도 600억원이 넘는 예산이 들어간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 영화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예전만큼의 성적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범죄도시3’ ‘밀수’ ‘30일’과 칸 영화제 초청작인 이선균 주연의 ‘잠’을 제외하면 올해 손익분기점을 넘긴 영화를 찾기 어렵다. 극장에선 수익을 올리지 못하고, 이것이 제작 투자를 받기 어려운 상황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은 최악의 시나리오다.

한 업계 관계자는 “마약 스캔들이 연달아 터지면서 업계에 큰 충격이 전달되고 있다. 제작된 콘텐츠를 공개하지 못하면 큰돈이 묶여 있게 되는 것”이라며 “한 곳에서만 자금의 흐름이 막혀도 연쇄적으로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