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성 기침 치료받다 사망한 37일 영아… 대법 “의료진 과실 증명 부족” 판결

입력 2023-10-30 04:05

기침 증세로 입원 치료를 받다 생후 37일 만에 숨진 영아의 부모가 낸 소송에서 대법원이 의료진 책임을 인정한 원심판결을 파기했다. 의료진 과실로 인한 사망인지 증명이 부족하다는 취지다.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영아 A양 유족이 조선대학교병원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광주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9일 밝혔다.

A양은 2016년 1월 7일 오후 기침 증세로 병원 응급실을 방문했다. 병명은 영아에게 흔히 나타나는 급성 세기관지염(모세기관지염)이었다. 의료진은 약물치료를 하기로 하고 A양을 퇴원시켰다. A양은 호흡곤란 등 상태가 악화돼 이튿날 오전 다시 응급실에 갔다. 입원 후 심장 마사지와 기관삽관 등 치료를 받았지만 호흡 불안과 안정 상태를 오가다 사흘 뒤인 11일 끝내 사망했다.

A양 부모는 그해 11월 병원을 상대로 “5억3000만원을 배상하라”며 소송을 냈다. 1심은 의료진 과실을 인정하지 않고 청구를 기각했다. 하지만 2심은 간호사가 A양 기도에 삽관된 수동식 인공호흡기 튜브를 실수로 건드려 빠지게 했고, 빠진 튜브를 제때 기도로 옮기지 않아 아이가 사망했다고 봤다. 병원 과실을 일부 인정해 2억80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A양 사망과 의료진 과실 사이 인과관계가 충분히 증명되지 않았다”며 재차 판결을 뒤집었다. 대법원은 “튜브가 빠지는 일이 실제 있었다고 해도 이런 사정만으로 A양 산소포화도 저하의 원인이 됐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A양의 폐 상태 악화 등에 따른 기흉이 사망 원인이 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