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특별법 충돌… ‘특조위 구성 공정한가’ 최대 쟁점

입력 2023-10-30 04:03
29일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열린 10·29 이태원 참사 1주기 시민추모대회에 유가족과 시민들이 참석해 있다. 권현구 기자

‘이태원 참사 특별법’의 공식 명칭은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 및 피해자 권리보장을 위한 특별법안’이다. 이 법안은 지난 4월 20일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진보당·기본소득당 등 야 4당이 공동 발의했다. 그러나 국민의힘이 원안에 대해 강한 거부감을 드러내자 민주당 주도로 8월 30일 수정안을 확정했다.

하지만 이태원특별법을 둘러싼 여야의 이견은 좁혀지지 않고 있다. 이태원특별법의 쟁점은 특별조사위원회 구성의 공정성 문제, 피해자 인정 범위의 모호성, 법 자체의 필요성 여부 등 세 가지로 압축된다. 난제로 지목됐던 피해자 추모공원 조성이나 배상 문제, 의료지원금 등과 관련해선 현재 단계에서 특별한 이견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향후 논의가 진행될 때 쟁점이 될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민주당은 “이태원특별법이 반드시 통과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은 주최자 없는 축제의 안전관리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한 ‘재난 및 안전 관리 기본법’의 조속한 처리를 해법으로 제시하고 있다.

현재 이태원특별법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법사위에 계류돼 있다. 그러나 민주당이 이태원특별법 통과를 강행하겠다는 의지를 고수할 경우 법안 처리에 걸림돌은 없다. 민주당이 수적 우위를 앞세워 지난 6월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이태원특별법을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 법안으로 지정했기 때문이다.

여야가 가장 충돌하는 지점은 진상규명을 담당할 특별조사위 구성 문제다. 특조위가 구성될 경우 직권으로 사건에 대한 진상규명조사를 수행할 예정이다. 특히 특조위는 특별검사 수사가 필요할 경우 국회에 요청할 수 있다.


현재 법사위에 계류 중인 이태원특별법은 특조위원을 11명으로 구성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국회에서는 국회의장이 1명, 여당이 4명, 야당이 4명을 각각 추천할 수 있도록 했다. 나머지 2명은 유가족 단체에서 추천한다.

이 같은 내용에 대해 국민의힘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유가족 단체 추천 인사 2명과 민주당 출신 김진표 국회의장이 추천할 인사 1명 모두 야당 성향 인사가 될 것이라는 것이 국민의힘의 주장이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이만희 의원은 지난 8월 31일 행안위 전체회의에서 “11명 조사위원을 (여당 측) 4명, (야당 측) 7명으로 구성해 놓아 균형이 맞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피해자의 인정 범위도 쟁점 사항이다. 이태원특별법의 피해자 범위에는 희생자의 배우자, 직계 존비속, 형제·자매가 포함돼 있다.

여야가 갈등을 벌이는 대목은 ‘피해구제심의위원회’의 문제다. 가족을 제외한 경우 피해구제심의위원회가 피해자로 지정할 경우 피해자가 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당초 원안에는 희생자의 ‘3촌 이내의 혈족’도 피해자의 범위에 넣었다. 또 ‘참사 당시 체류자, 구조·수습 활동 참여자, 사업장 운영자’ 등도 피해자 범위에 포함됐다가 수정안에서는 빠졌다. 그러나 피해구제심의위원회가 이들을 피해자로 인정할 경우 피해자에 포함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 원내지도부 관계자는 29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피해구제심의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피해자 범위가 지나치게 넓어질 수 있고 심의위에서 지정하면 모두 피해자가 될 수 있어 인정 기준이 더욱 모호해졌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 관계자는 “꼭 가족만 피해자라고 한정 지을 수 있나”라며 “참사 당시 구조에 참여했거나, 길거리에서 참사 장면을 목격한 후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국민도 많다”고 반박했다.

‘이태원특별법 자체가 과연 필요한 법인가’라는 근본적 질문을 놓고 여야는 심각한 입장 차이를 보이고 있다. 국민의힘 지도부 관계자는 “이태원특별법은 내년 4월 총선을 의식해 여당을 궁지에 몰기 위한 정략적 의도를 가진 법안”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안을 대표 발의한 남인순 민주당 의원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유가족과 피해자들이 원하는 진상규명 문제는 전혀 해결되지 않았다”면서 “그런 의문을 풀어주는 것이 국가의 책무”라고 강조했다.

박민지 이동환 박성영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