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리보다는 욕망으로 점철된 교단 분열, 무인가 신학교의 난립, 교회와 사회를 멍들게 하는 사건 사고와 이로 인한 신뢰도 추락, 그리고 막혀버린 복음 전파의 문. 악순환을 끝내기 위해선 어디에서 실마리를 찾아야 할까. 전문가들은 어느 한 영역에서의 보완이나 문제 해결보다는 한국교회의 모든 주체가 각자의 자리에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각성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개신교계 교단 분열을 논할 때 자주 언급되는 것이 ‘신학적 순결’이다. ‘교리적 거룩함’을 ‘일치’와 ‘연합’보다 우선해야 한다는 의미이지만 한국교회 분열은 ‘교리 수호뿐 아니라 인간의 독선이 결합한 결과’라는 게 교계의 중론이다. 이상규 백석대 석좌교수는 “지도자들이 기득권을 내려놓을 때 가능하며 이는 교단뿐 아니라 한국교회 연합기관에도 동일하게 적용되는 본질적인 부분”이라고 말했다.
사분오열한 교회는 세상에 복음을 제대로 전할 수 없다.(요 17:21) 정병준 서울장신대 교수는 “모든 교회는 예수 그리스도의 몸이기에 하나님이 허락한 일치정신을 태생적으로 갖고 있다. 이 본질적 일치를 발견하고 회복하는 게 ‘에큐메니컬 운동’”이라며 “인간의 연약함 때문에 일치가 쉽진 않지만 그럼에도 포기해선 안 되는 이유는 교회가 하나 돼야 온전한 선교가 가능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교회 분열은 무조건 악하고 일치만이 선’이란 시각도 경계해야 한다. 이 석좌교수는 “교회가 하나의 형태로만 존재하다 정치에 휘말리면 위험할 수 있다. 건전한 일부 나뉨은 오히려 좋을 수 있지만 한국교회의 경우 죄의식 없는 과도한 분열이 문제이므로 의견이 달라도 서로 존중하는 통합운동이 절실하다”고 권면했다. 그는 “이 같은 흐름의 교단통합 운동이 활성화되면 그간 잃어왔던 한국교회의 본래 권위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제도권 신학교만이라도 건강한 예비 목회자 양성을 위해 철저히 갱신하고 보완하는 과정도 중요하다. 이를 위해 교회 교단 신학교를 아우르는 유기적 소통이 필수적이다.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한목협)와 교회갱신협의회 사무총장으로 20년 넘게 활동해 온 이상화 서울 서현교회 목사는 “신학대와 신대원의 미달 현상을 두고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주면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생각하는 것은 금물”이라며 “몇몇 신학대학원대학교들이 보여주는 놀라운 약진은 메시지가 분명하다. 신학교들이 교회 현장과 신학 교육 간 괴리를 좁힐 수 있도록 시니어 사역이나 소그룹 목회 등 시대적으로 필요한 과목을 개설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결국 교단이 산하 교회의 다양한 사역 현장에서 성도들의 필요와 목회 지향점을 확인하고, 신학교와의 협력을 통해 목회자 후보생들에게 필요한 커리큘럼을 제공할 수 있도록 지혜로운 중간자가 돼야 하는 셈이다. 이는 상대적으로 무인가 신학교와 해당 교단에서는 이뤄지기 어려운 시스템이라는 점에서 중대형 교단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최기영 양민경 기자 ky710@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