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이동원 (27) 은퇴 예배서 “풍성·충만한 교회 영광을 다시 나눔으로”

입력 2023-10-30 03:04
이동원 목사가 2010년 12월 26일 은퇴 예배에서 5가지 참회 내용을 말하고 있다.

담임목사 사역의 마무리를 3개월 앞둔 시점에서 에베소서 강해를 마지막 강단 메시지로 선택했다. 지구촌교회를 개척했을 때 7주간 요한계시록 2~3장을 통해 7개 소아시아 교회의 장단점을 살피며 건강한 교회의 비전을 나눴다. 그때 처음 다룬 교회가 에베소 교회였다. 에베소서의 핵심은 교회론이다. 에베소서에 가장 많이 나오는 단어가 ‘풍성’과 ‘충만’이었다. 충만하고 풍성한 그리스도의 몸 된 교회의 영광을 다시 나눔으로 교회에 대한 기대를 부탁하고 싶었다.

당시 지구촌교회 찬양사역자인 김영표 목사가 지은 찬양 ‘우릴 사용하소서’(우리에겐 소원이 하나 있네)를 매주 불렀다. 성도들과 함께 눈물로 찬양했다. 그리고 지구촌교회의 핵심 가치인 ‘셀교회’를 통해 평신도 선교사들을 계속 세워감으로 민족을 치유하고 세상을 변화시키는 교회로 존속하게 해 달라고 호소했다. 그동안 나와 함께 여러 부서와 목장교회를 통해 동역한 수많은 이름 모를 나의 ‘두기고’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2010년 가을 어느 날 나의 은퇴를 준비하는 평신도 행정팀에서 은퇴비 책정을 두고 의견의 일치를 보지 못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분들과 만남을 주선해 달라고 한 뒤 물었다. 은퇴 후 생활비 같은 것을 배려하고 있는지를 물으니 그렇다고 했다.

나는 한 가지 부탁이 있다고 했다. “매월 생활비가 제공되고 교회에서 제공한 사택이 있다면 무엇이 더 필요하겠습니까. 저에게 은퇴비를 한 푼도 주실 필요가 없습니다. 제 목회의 결론이 돈 이야기가 되지 않도록 제발 저를 도와주십시오.”

그래서 돈과 상관없이 은퇴할 수 있었던 것에 지금도 감사하다. 내가 거주하는 아파트도 나와 아내의 사용이 끝나면 교회로 돌아가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모든 목회자가 나처럼 은퇴할 필요는 없겠지만 목회의 결론 지점에서 돈의 시비로 목회가 얼룩지는 한국교회 현실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목회의 전 여정에서 단 한 번도 사례비를 가지고 교인들과 시비해 본 일이 없다. 꼭 한 번 사례비 책정이 너무 많다고 깎아달라고 사정한 일은 생각난다. 소명으로 목회의 장에 선 사람이라면 돈 문제만큼은 하나님께 온전히 위탁할 수 있어야 한다고 믿고 있다.

드디어 12월 26일 마지막 주일에 은퇴 예배가 드려졌다. 나는 그때 5가지를 참회했다. 첫째 청년 시절 조국의 민주화운동에 아무 이바지를 하지 못한 것, 둘째 교회 내 소외되고 연약한 성도들을 제대로 돌아보지 못한 것, 셋째 바르게 살아야 한다고 설교하면서도 언행일치를 보이지 못한 것, 넷째 교회 기득권층에 대해 그들이 상처받을 게 두려워 제대로 책망한 설교를 하지 못한 것, 다섯째 의도하지 않았으나 부주의한 말과 행동으로 성도들을 섭섭하게 한 소소한 일상의 부덕함을 용서해 달라고 했다. 마지막 부탁으로 내게 한 것처럼 후임자를 사랑하고 격려하며 지구촌교회가 사명을 실현하는 교회로 걸어가게 해달라고 당부했다.

정리=김아영 기자 sing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