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요섭(48·이천 더사랑교회) 목사는 당초 ‘못해 신앙인’이었다. 모태 신앙이지만 구원에 대한 확신은 없었다. 그는 고민 많은 10대 시절을 보낸 뒤 국어교육과를 택해 대학에 입학했다. 문학 속에서 인생의 의미를 찾고 싶었다. 그가 회심하게 된 건 군 복무를 마치고 대학교 3학년으로 복학했을 때다.
당시 26세의 이 목사는 중등부 주일학교 교사였던 김지혜(가명) 원장과 재회했다. 김 원장은 보육원을 섬기며 한결같은 신앙과 믿음을 삶으로 보여주고 있었다. 이 목사는 김 원장에게 부탁해 경기도 이천의 A보육원에서 봉사자로 보육원 아이들과 함께 살게 됐다. 그리스도의 사랑에 붙들린 한 사람을 통해 많은 아이들이 새로운 삶을 찾아가는 현장을 목격한 그는 그로부터 10년 뒤 신학대학원생이 됐다.
하나님의 사랑으로 ‘더 사랑’하자
지난 19일 경기도 이천에 위치한 한 농촌교회에서 만난 이 목사는 “교회 개척할 생각은 없었으나 예배를 드릴 곳이 없는 아이들과 함께 예배를 드리다보니 교회가 개척됐다”고 회고했다. 계기는 김 원장이 30여년간 섬겨온 A보육원 아이들을 만나고부터다.
마흔살이 넘어 신학교를 졸업하게 된 그는 김 원장과 차를 마시던 중 그의 고민을 듣게 된다. 김 원장의 고민은 보육원생들이 자라면서 서너 살이 됐는데 아이들을 받아주는 교회가 없다는 것이었다. 바로 그 주일부터 보육원 강당에서 이 아이들과 예배를 드렸다. 지나고보니 이는 하나님의 부르심이었고, 더사랑교회 공동체의 시작이었다.
이 목사는 “고아의 아버지, 과부의 재판장 되시는 하나님을 따라 연약하고 소외된 이들과 함께 예배하는 공동체를 꾸리다보니 자연스럽게 교회가 됐다”며 “하나님의 그 사랑으로, 더 사랑하자는 마음에서 교회 이름을 ‘더사랑교회’라고 지었다”고 설명했다.
‘환대 공동체’로 문턱을 낮춘다
노란색과 초록색으로 색칠된 외벽과 ‘꽃피는 봄날’이라고 적힌 간판만 봐서는 교회라고 생각하기 어렵다. 내부 역시 통상적인 교회와 사뭇 다른 공간들이 마련돼 있다. 카페 독서공간 게스트하우스 등 주민들이 교회를 부르는 명칭도 각양각색이다.
교회임을 드러내는 자작나무 십자가는 건물 위가 아닌 앞마당에 꽂혀 있었다. 이 목사는 “기독교의 오랜 전통인 나그네를 환대하는 일을 내 삶과 사역을 통해 구현하고 싶었다”며 “십자가를 높이 올리는 교회가 아니라 마을 같이 옆으로 퍼지는 공동체 교회가 되고 싶다는 소망을 담아 십자가를 땅 위에 세웠다”고 설명했다.
이 목사의 소망대로 교회는 마을 공동체에 녹아들었다. 주중에는 교회 공간을 지역 사회에 환원해 ‘이천시 우리 동네 학습공간’으로 사용 중이다. 때로는 여러 선교사 목회자 청년들의 독서 모임 장소이자 지역 주민들의 결혼식장이 되기도 한다.
이 목사의 사역은 교회 밖으로도 펼쳐진다. 주일 오후 3시마다 A보육원에서 드리는 영유아 예배를 맡는가 하면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 앞엔 공부방을 세워 운영 중이다. 그의 전공인 국어교육을 살려 아이들에게 글쓰기와 책 읽기를 가르쳤다.
이 목사는 “돈이 없어 교육을 받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주고, 이들이 선한 영향력을 끼치며 반듯하게 자라길 바라는 마음으로 공부방을 열었다”며 “공부방이 있는 사방 10리 안에 돈이 없어 공부하지 못하는 학생들이 없었으면 하는 마음”이라고 전했다.
보육원생 품는 사역 이어갈 것
A보육원 아이들은 현재 10~11세다. 이 목사는 하나님께서 고아와 과부와 나그네를 환대하셨던 것처럼 보육원생 등 사회적 약자를 위한 사역을 이어나가고 있다. 그는 자신의 멘토인 김 원장의 뒤를 이어 ‘우리 집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김 원장이 보육원 원장직을 은퇴 후 자신의 집을 ‘우리 집’으로 내준 것에서 시작됐다. 보육원생들이 사회에 나가서도 명절 등 고향이 생각날 땐 언제든지 찾아갈 수 있는 고향집을 마련한 프로젝트다. 은퇴할 때까지 삶으로 복음을 살아낸 김 원장을 보며 이 목사도 ‘우리 집 2호 프로젝트’를 준비하게 됐다.
이 목사가 준비하는 프로젝트는 아이들이 연령 제한으로 보육원을 떠난 후에도 거주할 수 있는 청년 공유 주택이다. 퇴소한 아이들뿐만 아니라 공동체내 기독 청년들이 ‘우리 집 2호’에 거주하며 후배들에게 모범적인 기독 청년 모델이 될 수 있도록, 또 사회에 안정적으로 정착하고 자립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마련했다. 이 목사는 “이 프로젝트는 더사랑교회 공동체가 모두 함께하고 있다”며 “특히 목수직 안수집사님께서 최소한의 인건비로 섬겨주셔서 가능했다”고 전했다.
이 목사는 “앞으로도 농촌 지역 교회가 함께 하는 연합사역 모델을 추구하고 싶다”면서 “베이비 박스에서 온 아이들이 자립 청년으로 설 때까지 함께 예배드리는 공동체 교회를 만들어가고 싶다”고 말했다.
이천=조승현 기자 cho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