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9일은 종교개혁주일이다. 독일의 종교개혁가 마르틴 루터(1483~1546)가 1517년 10월 31일 독일 비텐베르크대 교회 정문에 95개 조항의 반박문을 붙인 사건을 기념해 제정됐다. ‘오직 은혜’ ‘오직 믿음’ ‘오직 말씀’으로 교회를 새롭게 세웠던 종교개혁 가운데 라틴어로 된 성경을 독일어로 번역해 교인들 품에 안긴 일은 유명하다. 소통을 위해서였다. 종교개혁 506주년을 맞아 교회가 사회와의 소통을 막고 있는 장벽은 없는지 2차례에 걸쳐 살펴보고 개선 방안을 제안한다.
“주일 아침입니다. 이른 시간 성전에 나오신 성도 여러분, 우리를 사랑하시는 주님께 마음을 모아 기도합시다. 주님, 우리 안에 축복을 주옵소서. 이제 당회장 목사님 축복의 말씀 전해 주시겠습니다.”
예배 시간에 흔히 들을 수 있는 말이다. 교인들에게는 딱히 어색할 게 없고 이해하는 데도 어려움이 없다. 하지만 새신자나 예배 영상을 접한 비신자라면 어떨까. 평소 사용하지 않는 낯선 단어가 줄지어 나오면서 귀를 닫아 버릴 수도 있다.
교인만 알아듣고 교인만 사용하는 ‘교회 사투리’는 교회와 사회 사이를 가로막는 장벽처럼 다가온다. 종교개혁주일을 앞두고 교회문화연구소(소장 이의용 장로)가 ‘우리끼리만 통하는 교회 사투리 10가지’를 선정·발표하고 개선을 촉구했다.
교계에서 교인들만의 용어를 고치기 위한 노력은 2000년대 초반부터 시작됐다.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 총회는 기독교 용어연구위원회를 통해 시대에 맞게 순화해야 할 용어를 발표했다. 당시 예장통합은 ‘십자가에 못 박혀 죽으시고’ ‘당신을 찬양합니다’ 등을 각각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시고’ ‘주님을 찬양합니다’ 등으로 순화하자고 제안했다.
이의용 소장은 26일 “하나님은 사람의 언어를 통해 복음을 주셨다. 예수님은 복잡하고 어려운 메시지를 누구나 알아들을 수 있게 쉽고도 정확한 어휘와 비유를 통해 설명하셨다”면서 “시간이 필요한 일이지만 이에 대한 문제점에 공감하고 점차 소통을 염두에 둔 기독교 용어로 순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교인만 사용하는 ‘그들만의 언어’를 순화하자는 제안이다.
교회문화연구소가 꼽은 교회 사투리는 마치 군에서 쓰는 ‘암구어’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한다. 가장 대표적인 용어는 하늘의 부르심을 받았다는 뜻으로 쓰는 ‘소천(召天)’이다. 이 단어는 어법에도 맞지 않는다. 교회문화연구소는 “어법에 맞게 사용하려면 ‘천소’로 써야 한다”면서 “하지만 몸은 흙으로 돌아가고 영혼은 하나님께로 돌아갔다는 의미를 함축한 ‘돌아가셨다’는 표현을 대신 사용하는 게 적절하다”고 제안했다.
‘주일(主日)’은 주님의 날이라는 뜻으로 일요일을 뜻한다. 비기독교인은 ‘주일은 쉽니다’라는 문구를 접할 때가 많다. 비기독교인의 눈높이에 맞추려면 ‘일요일’로 사용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이다.
교회 안에서 담임목사를 모든 경우 ‘당회장(堂會長)’으로 부르는 것도 지양하는 게 바람직하다. 교회문화연구소는 “가정에서는 아버지나 어머니, 남편과 아내 등으로 불리고 직장에서는 사원이나 팀장 등으로, 동네에서는 아저씨 아주머니로 역할에 따라 다르게 불린다”면서 “목사도 예배 때는 인도자나 집례자로, 당회 때는 당회장으로, 회의에서는 ‘사회자’나 ‘의장’으로 부르는 게 맞다”고 제안했다.
관행처럼 사용하는 교회 사투리는 교회 내 젊은 세대에게도 이질감을 갖게 만든다. 김현아 기독교윤리실천운동 사무국장은 “장로님들이 대표기도 하실 때 종종 예스러운 표현이 나오면 나조차 어색하게 들릴 때가 있다”면서 “교회의 전통으로 볼 수도 있지만 일상친화적 언어로 바꾸면 교회 내 젊은 세대에게도 좀 더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