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필수 의료 살리기 일환으로 의과대학 정원 확대를 추진하는 정부가 수요 조사를 통해 2025년부터 단계적 증원 방안을 발표했다. 또 지역 의대 신설 검토 의사도 밝히면서 신생 의대 유치를 두고 내년 총선을 앞둔 정치권의 요구가 거셀 것으로 보인다.
보건복지부는 2025학년도 대입을 목표로 의대 정원 확대를 위한 대학별 수요 조사를 진행한다고 26일 밝혔다. 교육부와 합동으로 의대 교원과 시설 등 교육 역량, 투자 계획을 조사하는 동시에 대학으로부터 증원 수요를 제출받게 된다. 단순히 교육 역량과 희망 인원만으로 결정하지 않고 대학별 증원 규모가 타당성이 있는지 ‘의학교육점검반’을 구성해 따져보겠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이날 의대 신설 검토도 공식화했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에서 “의사 인력 확충의 시급성을 감안해 현 의과대학 정원 확대를 우선 검토하되 지역 의대 신설에 대해서도 지속 검토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앞서 전날 국회 보건복지위 국감에서 조 장관이 지역 의대 설립 가능성을 시사하는 발언을 한 뒤 하루 만에 정부 방침으로 검토를 공식화한 것이다.
의대 정원 확대에 여야 모두 찬성 의사를 밝혀 왔다. 다만 기존 의대를 중심으로 증원을 검토하던 복지부와 달리 정치권에서는 신설을 주장해 왔다. 김원이·소병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의대가 없는 전남지역에 신설해 달라며 지난 18일 대통령실 앞에서 삭발식을 하기도 했다. 총선을 앞둔 시점이어서 설치 지역을 선정하기까지 전남 외에도 정치권의 요구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신설 의대를 두고 정치권과의 협의 계획을 묻자 정경실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은 “지역의 역량이 중요한 부분이기 때문에 (설치) 여건을 먼저 보는 게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의대 증원 규모는 빨라야 12월에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조 장관은 “조사와 점검은 4주 이내에 완료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종합적으로 검토해 입학정원 확대 규모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기존 의대를 중심으로 증원 여력이 있는 경우에는 2025학년도부터 적용하고, 준비가 필요한 경우에는 시간을 두고 증원을 해나가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그동안 증원 자체에 반대 입장을 고수했던 대한의사협회(의협)의 태도도 다소 전향적으로 바뀌었다. 이날 복지부와 의협의 논의 채널인 ‘의료현안협의체’에 참석했던 서정성 의협 총무의사는 “‘한 명도 증원은 안된다’는 입장이었지만 지금은 필수 의료가 무너진 상태에서 의대 정원을 논의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데 많은 회원들이 동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대 목소리도 있지만 큰 틀에서 정부와 협의해나가겠다고도 밝혔다.
한편 복지부는 이날 제21차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개최하고 연 3000억원을 투입해 소아·분만 수가를 높여주는 안건을 의결했다. 소아청소년과, 산부인과 등 저출산 여파로 수익성이 저하된 필수 의료 과목에 대해 보상을 강화한다는 것이다.
김유나 차민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