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동성애 처벌·에이즈 전파 처벌… 합헌

입력 2023-10-27 04:08
유남석 헌법재판소장(가운데)과 헌법재판관들이 26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위헌 제청 및 권한쟁의 심판 선고 시작에 앞서 자리 앞에 서 있다. 연합뉴스

헌법재판소가 동성 군인 간 성적 행위를 처벌하는 군형법 조항은 합헌이라고 결정했다. 후천성면역결핍증(AIDS·에이즈) 환자의 바이러스 전파매개행위를 처벌하는 ‘에이즈예방법’ 조항도 합헌 결정이 나왔다. 헌재는 군기 확립과 국민건강 보호라는 ‘공익 달성’의 중요성이 해당 조항들로 인한 개인의 기본권 제약보다 더 크다는 취지의 판단을 내놨다.

헌재는 26일 군형법상 추행 조항에 재판관 5대 4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 해당 조항은 ‘군인 등에 대해 항문성교나 그 밖의 추행을 한 사람’을 처벌토록 규정한다. 헌재는 “동성 군인 간 합의에 의한 성적 행위라 해도 근무 장소나 임무 수행 중에 이뤄진다면 국가 안전보장의 신성한 의무를 지는 국군 전투력 보존에 심각한 위해를 초래할 위험이 있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이성 간 성적 행위는 허용하면서 동성 군인만 금지하는 것에도 합리적 이유가 있다고 판단했다. 동성 군인 간 성적 행위를 방치하면 군대의 엄격한 명령체계나 위계질서가 위태로워지고, 결과적으로 전투력 보존에 직접적 위해가 발생할 우려가 크다는 것이다. 헌재는 “대부분 남성으로 구성된 군 조직 특수성 및 전투력 보호라는 공익 등을 종합할 때 관련 조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반대 의견을 낸 재판관 4명은 “강제력을 수반하지 않는 성적 행위를 형사처벌하는 것은 성적 자기결정권 또는 사생활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헌재는 또 에이즈 감염인이 혈액 또는 체액을 통해 다른 사람에게 전파매개행위를 한 경우 처벌토록 하는 에이즈예방법 조항도 4대 5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 일부 위헌 의견이 5명으로 더 많았지만, 정족수(6명)에 미치지 못했다.

합헌 의견을 낸 재판관 4명은 ‘적절한 치료를 받지 않았거나 상대방에게 감염인임을 알리지 않고 전파 행위를 하는 경우 처벌하는 것’으로 해당 조항을 해석했다. 이들 재판관은 “(감염 사실을 알리지 않은 경우) 상대방은 영문도 모른 채 감염인과의 성행위로 인해 완치가 불가능한 바이러스에 감염될 수 있다”며 “평생 매일 약을 복용해야 하는 등 심각한 위험에 처하게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런 점을 감안할 때 감염인의 제한 없는 방식의 성행위 등 사생활의 자유 제약에 비해 국민건강 보호라는 공익 달성이 더 중대하다”고 밝혔다.

재판관 5명은 해당 조항이 “치료법을 성실히 이행하는 감염인의 전파매개행위도 예외 없이 처벌 대상으로 포함해 사생활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일부 위헌 의견을 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