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대통령, 시민추모식 정치집회 변질… 참석 안해”

입력 2023-10-27 04:04
26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 출구 앞에서 권은비 작가가 자신이 디자인한 ‘10·29 기억과 안전의 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 골목 초입 바닥에 ‘우리에겐 아직 기억해야 할 이름들이 있습니다’라는 글귀가 적혀 있다. 권현구 기자

윤석열 대통령은 오는 29일 이태원 참사 1주기를 맞아 서울광장에서 열리는 시민추모대회에 참석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26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윤 대통령의 불참 배경에 대해 “유가족들이 주최하는 추모대회라고 생각하고 윤 대통령에게 참석을 건의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야당이 개최하는 정치집회적 성격이 짙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대통령실은 지난 18일 유가족 측으로부터 시민추모대회 초청장을 전달받은 뒤 윤 대통령이 사우디아라비아·카타르 순방을 마치고 귀국한 뒤 추모대회 참석을 건의하는 방안을 최근 집중적으로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은 그러나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이 공동 주최자로 추모대회에 참여한다는 점을 확인하고 불참을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실 내 관련 수석비서관실 관계자들도 행사에 불참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이 추모 메시지를 내는 것과 관련해 시기와 방식 등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 지도부도 추모행사 참석 여부를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 박정하 수석대변인은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추도제가 여러 종류가 있는 것 같다”면서 “당일 어떤 식으로 우리가 추모해야 할지에 대해 내부적으로 협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인요한 혁신위원장은 혁신위 차원의 추모대회 참석 여부와 관련해 “의미 있는 곳이라고 생각하는데 좀 보겠다”고 말했다.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는 입장문을 내고 “차량과 앰프 등을 이용한 방해 행위를 방지해야 하고, 경찰과 지방자치단체의 적극적인 협조 등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야당과의 공동 주최가 불가피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다시 한번 윤 대통령을 29일 시민추모대회에 정중하게 초청한다”면서 “유가족들 옆자리를 비워두겠다”고 밝혔다.

임오경 민주당 대변인은 “야 4당 공동 주최라는 이유로 대통령이 참석을 거부하고 서울광장을 사용할 수 없다면 민주당은 공동 주최에서 물러나겠다”고 말했다.

박성영 기자 ps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