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이냐 추락이냐… 4분기 수출 분수령

입력 2023-10-27 04:07

한국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이 12개월 연속 부진의 늪에 빠진 가운데 무역 현장에서는 올해 4분기가 수출 향방을 가를 분기점으로 보고 있다. 연내 반도체·스마트폰 등 정보기술(IT) 수출 회복세가 본격화하면 반전의 기회를 잡을 것이란 기대감이 있지만 대(對)중국 수출 감소와 대내외 악재가 이어지면서 수출 침체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상존한다.

한국무역협회 정만기 상근 부회장은 26일 간담회를 열고 “최근 1년간 수출 감소로 추세적 상승 동력은 거의 사라진 상황”이라며 “올 4분기와 내년 월별 수출액 실적에 따라 상승과 하락이 판가름날 것”이라고 말했다.

무협에 따르면 연초 이후 지난 20일까지 수출은 4981억 달러, 수입은 5216억 달러로 무역수지 적자가 234억 달러를 기록했다. 월별 무역수지는 지난 6월부터 흑자로 바뀌었지만 이마저도 에너지 수입 감소로 수출보다 수입이 더 크게 줄어든 데 따른 불황형 흑자다. 특히 대중국 무역수지 적자는 악화일로다. 지난달까지 대중국 무역수지 적자 규모는 총 157억 달러로,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202억 달러)에 이어 한국의 최대 무역 적자국으로 부상했다.

수출은 2017년 정점을 찍은 뒤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는 게 무협의 진단이다. 수출 개선 관건은 IT 수요 회복세에 달렸다는 평가다. 올 들어 반도체·스마트폰·디스플레이 등 5대 IT 품목의 수출 감소 영향률은 76.4%에 달했다. 특히 올 상반기 미국과 유럽연합(EU)의 한국 정보통신기술(ICT) 제품 수입이 각각 44.8%, 17.5% 급감하며 타격을 키웠다. 다만 반도체 가격이 3분기 저점을 찍고 상승세로 돌아선 것은 긍정적 요인이다. 정 부회장은 “반도체 단가는 이르면 4분기부터 본격적으로 오를 것으로 예상한다”며 “내년 거시 수출 환경도 제한적이나마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중장기적으로 미국과 중국, EU 등에서 거센 ‘자국 우선주의’에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무협은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유럽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등 보호무역 추세에 대비하기 위해 정부 간 협력 강화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